단백질 섭취가 많을수록 노년층의 알츠하이머병과 관련해 인지 기능을 판단하는 요소 중 하나인 삽화기억(일화기억)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츠하이머병은 노인에게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신경퇴행성 질환 중 하나로 기억을 포함한 여러 인지 기능의 저하로 인해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든다. 현재까지 증상개선제 외에 손상된 뇌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치료제가 없어 치료보다는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지욱·금무성·서국희·최영민 교수, 진단검사의학과 김현수 교수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관련 코호트 연구에 참여한 치매 없는 65~90세 196명을 대상으로 노년층에서 단백질 섭취와 알츠하이머병의 인지 저하, 특히 삽화기억과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를 24일 밝혔다.
연구 대상자 중 113명은 인지 기능이 정상이었고, 83명은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가 있었다. 삽화기억은 정보를 저장하고 회상하는 능력인 기억의 종류 가운데 시공간의 맥락에서의 기억을 말하며, 알츠하이머병 초기에 주로 손상이 일어난다.
연구팀은 노인의 영양 상태를 평가하는 간이영양평가(Mini-Nutritional Assessment) 방법으로 숙련된 연구자가 약 3개월 동안 참가자들의 음식 섭취를 평가했다. 단백질 섭취는 유제품(우유·치즈·요거트), 콩류, 계란, 육류, 생선, 가금류 섭취량을 바탕으로 낮음, 중간, 높음으로 분류했다.
또 인지 기능 평가 외에 다양한 영향 변수들을 통제하기 위해 혈관질환 여부, 전반적인 신체 활동, 연간 소득, 영양생체지표, 혈액검사 및 알츠하이머병 관련 유전자 검사 등도 진행했다.
그 결과 높은 단백질 섭취 그룹의 전체 인지 기능 점수는 83점으로 낮은 단백질 섭취 그룹의 인지 기능 점수(67점)에 비해 24% 높게 나타났다.
특히 삽화기억 점수는 높은 단백질 섭취 그룹이 43점으로 낮은 단백질 그룹(34점)보다 27% 높았다.
영향변수들을 보정한 경우에도 높은 단백질 섭취 그룹에서 낮은 단백질 섭취 그룹에 비해 전체 인지 기능과 삽화기억이 약 20% 더 높았다.
그러나 비기억성 인지 기능(언어능력·집행기능·시공간능력·주의력)에서는 그룹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또 교호작용 분석 결과 단백질 섭취량과 알츠하이머병 유전자인 아포지단백 E4(이하 APOE4) 사이에 유의미한 상호작용이 발견돼 APOE4가 단백질 섭취와 삽화기억 간의 관계를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POE4가 존재하는 경우 높은 단백질 섭취 그룹의 전체 인지 기능과 삽화기억이 낮은 단백질 섭취 그룹보다 약 40% 더 높았다. 이는 APOE4가 단백질과 인체의 대사활동 간 상호작용에 끼치는 영향 때문으로 분석됐다.
금무성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단백질 섭취가 많을수록 노년층의 삽화기억이 더 좋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알츠하이머병의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경우 단백질 섭취가 인지 기능 유지에 특히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욱 교수는 “충분한 단백질 섭취는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신경가소성을 촉진하고, 인지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영양 인자의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고위험군에 속하는 노년층에서 단백질 중심의 식단이 인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임상적으로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2020년부터 알츠하이머병 관련 코호트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알츠하이머병 예방을 위한 건강 식이습관, 고강도 걷기 등의 생활방식 개선에서 의미 있는 결과들을 도출해내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 연구 및 치료 분야 국제 학술지 ‘Alzheimer’s Research & therapy’ 8월호에 실렸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