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에서 보내온 전도 이야기(15) “목사님, 빨리 무당 간판 철거해 주세요“

입력 2024-09-23 20:22

변상호 목사·보길도 동광교회

이발소 할머니께서 교회 오시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시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저희 교회도 할머니를 수요예배까지 참여시키기 위해 예배 시간까지 조절했습니다. 밤에 드리던 수요예배를 낮 시간으로 변경했고 그로 인해 이발소 어르신은 일요일과 수요일은 아침부터 일찍 서두르셔서 할머니 식사와 옷을 입히시며 예배에 참여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그 노력에 보답하듯 할머니께서는 가까이 있는 고등학교 운동장에 매일 운동을 다니셨고 오고 갈 때는 안전을 위해 손을 잡고 가셨습니다. 안전한 운동장에서는 혼자 넓은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오시면서 할머니도 기뻐하셨습니다. 운동하는 중에 할머니는 “내가 목사님 만나 새로운 인생을 사신다”며 마음으로 고마워하셨습니다. 저는 “내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할머니를 사랑하셔서 이런 일이 있다”고 말씀드리면서 노년에 복음을 받아들이신 할머니가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할머니 혼자서 고등학교 운동장을 한 바퀴 걸어갑니다. 6년을 바깥에 못 나오신 분이 저렇게 힘을 내십니다.

기분이 좋은 어느 날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명절 때 아이들이 양로원 보내려 할 때 다 듣고 계시면서 안 가겠다고 왜 말씀을 안 하셨어요?” 하자 할머니께서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내가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일은 아이들이 결정하면 조금도 싫은 내색 하지 않고 가주는 게 엄마로서 마지막 할 일이라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런 분이 우리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할머니를 통해 확인하면서 온갖 고생 하며 구부러지고 늙으신 손을 꼭 잡아드렸습니다.

할머니께서는 날마다 점점 회복하셨고 어느 날 이발소 어른은 제게 의논할 일이 있다 하셨습니다. 이제 할머니 손 잡고 본인도 교회 가기로 작정했다는 것입니다. 그때 제가 제안을 했습니다. “물론 어르신께서 함께 교회 나오시면 좋은 일이지만 더 크게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은 본채에 세를 준 무당을 내보내고 교회 오셔야 합니다” 하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제안에 어르신은 주저 없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셨고 그날 곧바로 무당을 찾아가 당장 집을 비워달라고 통보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무당은 큰돈을 주면 오늘 당장 나간다 했고, 어르신은 그 길로 은행으로 달려가 현금 일천만 원을 찾아 무당 앞에 놓고 “우리는 이제부터 예수를 믿어야 하니 이것 가지고 가라”고 했습니다. 무당은 생각지도 못한 큰 액수에 만족하면서 그 자리에서 모든 우상 기구와 짐을 챙겨 떠났다고 합니다.

단돈 만 원도 아까워서 벌벌 떠시는 어르신, 라면을 끓여 잡수시다가도 이발소 손님이 오면 수저를 놓고 만원을 벌려고 뛰어나가는 모습을 온 동네가 다 아는데, 이 부족한 목사의 말 한마디를 엄청난 명령으로 여기며 거금을 가지고 무당에게로 달려가 담판을 지으셨던 것입니다. 저는 그 어른을 보면서 제가 이 섬에 와서 놀란 일들이 제법 있었지만, 이 어른의 결단을 보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면서 처음 이발소에 와서 실망했던 환경들이 필름처럼 지나갔습니다. 놀라우신 주님의 크신 역사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무당집 간판을 떼어서 교회로 가져와 감사기도를 드리고 처리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뜁니다.

“목사님, 무당 내 보냈습니다. 빨리 와서 무당 간판 철거해 주세요.”
할렐루야! 저는 교회에서 이발소까지 가는 거리가 평소 30분 걸릴 정도로 늘 천천히 다녔는데 그날은 아마 10분도 채 안 돼 도착해 이발소 간판 두 개를 철거해 교회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이렇게 일하시고 있음에 감격해 좋았습니다. 너무 기뻐서 펄쩍펄쩍 뛰면서 혼자 소리 지르며 웃었답니다. 그냥 좋은 게 아니라 참~ 좋았습니다.

누가 섬 목회를 힘들다 합니까. 빌립보 감옥에서 죽도록 매를 맞은 그 밤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행 16:31) 바울은 그날 밤 얼마나 좋았을까요.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