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 베란다 암매장 사건… ‘16년 미제’ 미스터리

입력 2024-09-24 00:01
유튜브 캡처

동거하던 여자 친구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시멘트를 부어 시신을 은닉한 남성 A씨(58) 16년만에 붙잡혔다.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나 지난 시점에 피해자의 실종 신고가 접수, A씨의 범행 파악이 어려워 오랜 기간 미제로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08년 10월 10일 당시 30대였던 여자 친구 B씨를 살해해 본인이 거주하던 경남 거제의 한 4층짜리 원룸 옥탑방 야외 베란다에 묻었다. A씨는 이 베란다에 B씨 시신을 넣은 천 소재의 여행용 가방 주변에 벽돌을 쌓은 뒤 시멘트를 부어 가로 39㎝, 세로 70㎝, 높이 29㎝ 크기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었다.

이 콘크리트 구조물은 베란다 사각지대에 있어 창문을 넘지 않고는 잘 보이지 않는 데다 두껍고 견고하게 제작돼 시신이 썩는 냄새도 새나가지 않았다. A씨는 범행 이후에도 해당 옥탑방에 8년간 거주하다 2016년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면서 비웠다. 이듬해 출소한 뒤에는 경남 양산에 거주해 옥탑방은 오랫동안 빈집으로 방치돼 있었다. 건물주는 A씨와 연락이 계속 닿지 않자 2020년 명도 소송을 통해 옥탑방을 다시 점유했지만 옷을 보관하거나 손님의 사랑방으로 썼다. 건물주나 다른 원룸 세입자가 4층 베란다에 시신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이유다.

B씨에 대한 실종 신고도 늦었다. B씨가 평소 가족과 자주 교류하지 않고 지내왔던 터라 2011년이 돼서야 접수된 것이다. 경찰은 당시 A씨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였지만 A씨는 B씨를 모른다고 잡아뗐다. A씨 옥탑방에서 B씨가 생활한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 B씨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 A씨에 대한 구속 영장 신청 자체가 어려웠다.

B씨 실종 사건은 지난달 원룸 건물 누수 공사를 위해 작업자가 콘크리트 구조물을 깨던 중 실마리가 잡혔다. 이 구조물에서 B씨의 시신이 담긴 여행용 가방이 발견되면서 경찰이 재수사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전담 수사팀을 꾸려 조사하다 지난 19일 양산에서 A씨를 발견,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시신 은닉 혐의는 공소 시효(7년)가 지나 적용되지 않았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A씨가 최근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범행 경위와 여죄 등을 수사한 뒤 A씨를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