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는 사이드쇼” 해리스·트럼프 면담 요청 쇄도

입력 2024-09-24 00:01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메디슨 유세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19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전미이스라엘회의(IAC)에 참석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AFP연합뉴스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들이 미국의 두 대선 후보를 만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CNN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총회는 사실상 ‘사이드 쇼’(sideshow·부차적인 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은 복수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외국 고위급 인사들이 유엔총회를 미국의 다음 외교 정책에서 작은 단서라도 찾기 위한 기회로 삼고 있다”며 “수십개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식·비공식적인 대표자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일부 국가 인사들은 면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자신의 일정을 조정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제79차 유엔총회는 지난 10일 미국 뉴욕 본부에서 개막했다. 24일부터 30일까지는 유엔총회의 고위급 주간으로 일반토의가 진행된다. 각국 정상을 포함한 고위급 인사들은 오는 11월 미 대선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눈도장’을 찍고 내년부터 4년간 미국의 외교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엔총회 기간 중 두 대선 후보와의 면담을 모두 성사시켰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외국 정상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일하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당장 유엔총회에 참석할 계획을 밝히지 않다. 하지만 각국 인사들은 해리스 부통령을 만나기 위해 워싱턴DC로 찾아간다. 당장 만남을 기약한 젤렌스키 대통령과는 오는 26일 백악관에서 회담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23일에는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의 회담이 예정돼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카타르의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국왕과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를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 예정됐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미시간주 유세에서 ‘모디 총리가 나를 만나러 온다’고 말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아마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CNN은 “미국 유권자에게 우크라이나·가자지구 전쟁 같은 국제 분쟁은 경제·이민·낙태 등의 현안보다 부차적인 문제”라며 “과거의 대선 후보들과 다르게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두 외교 역량을 보여줄 목적의 해외 순방에 나서지 않았다”고 짚었다. 두 대선 후보에게 외국 고위 인사들과의 면담은 국내 현안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얘기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동 프로그램 총괄인 존 올터만 선임부회장은 CNN에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실상 레임덕 상태”라며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구도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총회는 사이드쇼와 같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