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선 강사의 무릎이 땅에 닿았다. 그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기도하자 현장에 모인 참석자들의 무릎도 하나둘 땅에 닿기 시작했다. 전 세계 200여개국에서 모인 5000여명 참석자는 각자 바닥에 엎드리거나 테이블을 붙잡고, 얼굴을 의자에 파묻고 회개기도를 시작했다.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현장은 그야말로 ‘눈물바다’가 됐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지난 로잔대회를 통해 저는 한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프리카 형제자매를 브라질 소그룹에 초대해, 우리 민족이 수 세기에 걸쳐 이들에게 행한 납치와 노예제도, 우리 민족의 잔혹함과 인종차별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함께 회개기도한 일이었습니다.”
브라질에서 파송돼 남편과 함께 이탈리아 로마에서 선교사역을 이어오고 있는 사라 브로엘 선교사는 2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성령님이 함께 하심’을 주제로 열린 제4차 로잔대회 주제강의에 강사로 나서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허심탄회한 고백과 회개기도에 현장 참석자들도 무릎을 꿇고 회개기도에 동참했다.
브로엘 선교사는 이날 주제강의에서 “지금까지 일어났던 부흥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수고하는 기도’가 부흥에 앞장섰다는 점”이라며 “이는 성경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바울은 해산하는 여성의 고통과 같은 수고로 기도했고 히브리인들은 노예 생활에 탄식하듯 기도했으며 한나는 울부짖어 기도했고 예수님도 겟세마네에서 ‘수고하는 기도’를 드리셨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오늘날 우리 기독교인은 ‘하나님의 신부’이면서도 세속주의와 냉소주의, 교만과 부패 등으로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며 “200여개국에서 모인 우리가 모두 개인적인, 그리고 민족적인 회개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회개에 임할 때 부흥의 걸림돌이 제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로엘 선교사는 남반구 교회가 복음을 전해준 북반구 교회(유럽)에 다시 역으로 복음을 전하는 ‘글로벌 사우스 운동’의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다. 그는 “영국 기독교가 쇠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만연하지만, 남반구 지도자로서 ‘우리는 북반구 선교사의 열매’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오늘날 이 자리에 모여있는 이들 중 대부분이 북반구교회의 열매이며 하나님께서는 선교지를 선교의 동력으로 바꾸며 일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날 제4차 로잔대회에서 열린 오전 주제강의에서는 화융 말레이시아감리교회 명예감독과 크와베나 아사모아 기아두 가나감리교회 목사가 각각 말레이시아·가나가 경험한 성령의 역사하심을 공유했으며 오럴로버츠대학교 4대 총장이자 오순절 운동의 핵심 지도자인 윌리엄 윌슨 박사가 ‘복음 전파에 필요한 다섯 가지 자질’에 대해 강의했다.
화융 감독은 “하나님께서는 말레이시아 원주민들에게도 역사하시며 말레이시아에서 큰 부흥을 일으키셨다”며 “1928년 말레이시아 사라왁(Sarawak)주에 호주에서 온 3인의 선교사가 복음을 전파했고, 이를 계기로 당시 약 3000~4000명으로 구성된 소수부족 룬바왕(Lun Bawang)의 구성원 전체가 복음을 받아들이는 영적 부흥이 일어났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또 1973년엔 ‘바리오 부흥’이 일어났는데, 켈라비트 고원지대 소재 바리오 마을에서 한 교사와 학생들에게 성령이 임한 후 성령의 바람이 공동체에서 공동체로 타고 회개기도의 물결을 일으켰다”며 “이를 시작으로 1984년에도 하나님께서 다시 한번 강하게 임하시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등 여러 차례 부흥의 물결이 일어났다. 하나님께서는 지난 50년간 역사하셨고 아직도 말레이시아에서 일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크와베나 아사모아 기아두 목사는 ‘고아로 버려두지 않으신다’를 제목으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아니하고 너희에게로 오리라’고 말씀하셨다”며 “여기서 고아란 누군가의 지원 의료 후원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칭하는데, 예수님께서 다시 오시겠다는 이 말씀은 성령님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는 1920년도 초반 한 감리교인 목사를 통해 성령의 역사를 경험했고 오순절날 그곳에 함께 있었다”면서 “보해사이자 대변자로 오신 성령님과 함께 우리도 포용적인 선교사명을 갖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나갈 것이다. 약속이 성취됐음을, 그리고 이 약속이 아직까지 성취되고 있음을 믿을 때 권능이 부여됨을 잊지 말자”고 했다.
윌리엄 윌슨 박사는 “2024년 전체 인구 중 기독교인의 비중은 약 31%로, 세계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있는 가운데 기독교의 성장은 정체돼있는 상황”이라며 “초기 제자들이 초자연적인 속도로 복음을 전할 수 있었던 다섯 가지 자질(확신·유연성·순종·의존·연합)을 기억하자”고 권면했다.
그는 이어 “현재 90만명의 교인과 50만명의 주일예배 참석자를 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설립자 조용기 목사 역시 생전 교회성장의 비결로 기도와 순종을 꼽았다”며 “우리도 구원에 대한 확신과 핍박에 대한 유연성, 하나님을 의존하고 순종하는 마음과 기도로 서로 연합할 때 복음전파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복음주의권 기독교인들의 올림픽’으로 알려진 ‘제4차 로잔대회’는 지난 22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해 오는 28일까지 이어진다.
인천=글·사진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