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자매는 대학 졸업 후 선망의 연인을 만나 결혼을 했다. 첫 아이를 안고 미래의 큰 꿈을 안고 대서양을 건넜다. 이들 부부는 낯선 미국 땅 백인사회의 중심을 바라보며 인종차별의. 벽을 넘기 위해 수십 년 밤잠을 설치며 성실을 다해 공부하며 일했다. 피와 땀으로 일궈낸 수고의 결실은 우선 사람들 눈앞에서 확인되는 성공이다. 백인들도 부러워하는 저택과 요트까지 겸한 성곽 같은 별장도 가졌다.
미국 굴지의 회사와 파트너가 성립되었으며 지적자산과 미주 사회에 중소 기업인들의 리스트에 자리매김이 되어 탄탄한 미래가 약속된 대표다. 미래 지향적인 전자분야에 전자 칩 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부와 명예를 거머쥔 그 부부에게 이젠 국제사회의 정상에서 가히 부러울 것이 없었는데 어느 날. 운명의 여신이 질투의 화살을 겨누고 찾아온 것일까, 질주하던 어두운 그림자가 G 자매의 집 대문 안으로 진입한 것이다.
날벼락 같은 비운의 사건이 평화로운 그 집을 습격했다. 그 집 안주인인 G 자매의 몸을 강타했다. 건강만은 자신했었는데, 어둠이 거할 곳 없던 건강하던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불현듯이 찾아온 먹구름이 앞길을 가로막았다.
부러울 것 없던. 평온하던 삶이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불안과 공포 속에 온몸이 떨리었다. 갑자기 온몸이 차례로 감각 없이 굳어지면서 피부가 점점 흙색으로 변해 가는 것이 아닌가?
미국 전역을 수소문했으나 만난 의사마다 희귀병이라는 절망의 진단뿐, 그녀의 병은 임상조차 나올 수 없어 그저 운명의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 온몸이 흙색으로 변하면서 근육이 굳어지는 상상하기조차 두려운 병이었다. 자신의 몸에 이런 저주스러운 병이 빠져나가지 않는다면 차라리 육신의 몸이 정지되었으면 하는 통곡과 한숨으로 하나님을 부르짖었다. 하루에도 수차례 호흡곤란으로 하나님께 차라리 주님 곁으로 자신을 데려가시라고 고백했다는 것이다.
G 자매의 가련한 몸은 어느 날 육신의 호흡이 멈추었다. 남편은 아내의 시신을 안고 몸부림치며 절규했다. 아무리 부르짖어도 대답 없는 아내의 시신을 영안실에 안치시킨 병원 측은 그 남편의 신변을 염려해 여러모로 배려하고 혼자 지내지 않도록 안배했다는 것이다.
사무실에서 퇴근도 하지 않는 그는 죽기를 각오하고 자신의 사무실 책상에 앉아 식음을 전폐하고 하나님만 불렀다. 주님께 아내의 영혼을 다시 돌려 보내주시라고 5일 동안 절규하며 차라리 자신도 함께 데려가 달라고 주님을 부르며 회사에서 날밤을 새우고 있었다. 꿈속에서도 아내를 살려주시길 간구하며 주님을 불렀는데 갑자기 순간 어떤 손이 나타나 입속에 4개의 구슬을 밀어 넣었다. 그 순간 입속에서 구슬이 구르기 시작하는데 입을 벌려 말을 할 수가 없었다는 남편의 고백이다. 그 시간이 깊은 밤 새벽 3시경이라고 기억했다.
쉼 없이 4개의 구슬이 한쪽으로 다갈다갈 실제로 소리를 내며 구르고 있었다. 입속에서 구슬이 쉬지 않고 구르는 놀라운 현실, 영문 모를 이 사건 앞에 두 손 들고 기도하는데 새벽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수화기를 들자마자 아내의 시신이 누워있는 영안실, 그 병원의 콜이었다. 어눌하게 아!! 하고 구슬 구르고 있는 입을 수건으로 머리까지 동여매고 허겁지겁 병원 영안실로 들어섰다. 이미 온 병원에 소동이 난 것이다.
영안실에 다른 시신을 넣으러 들어간 병원 직원들이 건너편 시체에서 계속 소리가 나니 두세 사람이 한꺼번에 기절해 쓰러졌으며 다른 직원들이 이 현상을 알려 병원 전체에 소동이 난 것이다. 이미 모든 의료진과 많은 사람이 병원을 에워싸고 있었다.
아내의 시체를 덮고 있던 시트를 걷어내자마자 악 ! 하고 모두 소리를 질렀다. 놀라운 현실은 아내의 입속에서도 똑같이 구슬이 굴러가는 것이 아닌가. 똑같이 다갈다갈 소리를 내며 구슬이 굴러가는 기적은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이 처음 듣는 희한한 일인 것이다. 이미 영안실에 죽은 아내의 입에 들어 있는 구슬. 죽은 아내의 입속에서도 똑같은 구슬이 동시에 박자를 맞춰 구르는 것이 아닌가.
<행복이란>
김국애
행복이란 무엇이냐고
묻지 말자
이른 아침 귀가 열려
우짖는 새소리 들리고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는 것,
우연한 일 아니다
내 삶에는 비바람,
된서리 뿐이라고
말하지 말자
비바람 된서리 없이
서있는 나무가 있겠느냐
나는 열매가 없다
나는 가진 것이 없다
말하지 말자
내 몸속에 은줄과 금줄이
아직 탱탱하고
두 눈 아직 밝아
창밖에 까치를 반기는 것
보통 일이겠느냐
불시에 썰물이 쓸어가고
도처에 역병이 흉흉해도
아직 팔다리 근육 여전하여
생쌀이라도 씹을 수 있는
기력이 있다면 일어서라
◇김국애 원장은 서울 압구정 헤어포엠 대표로 국제미용기구(BCW) 명예회장이다. 문예지 ‘창조문예’(2009) ‘인간과 문학’(2018)을 통해 수필가, 시인으로 등단했다. 계간 현대수필 운영이사, 수필집 ‘길을 묻는 사람’ 저자. 이메일 gukae8589@daum.net
정리=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