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미술 전시회 개막식에 무단 진입한 57세 체코 남성이 세계적 중국 예술가의 조각상을 넘어뜨려 산산조각냈다.
범인은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볼로냐 ‘팔라조 파바’ 박물관에서 열린 아이 웨이웨이 작가의 전시회에서 조각상을 힘차게 밀어 넘어뜨렸다고 로이터통신이 22일 보도했다.
그는 작품을 박살 낸 뒤 놀란 사람들 앞에서 보란 듯 조각 일부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리기도 했다. 이 모습은 박물관 CCTV 영상에 담겼다.
파손된 작품은 아이 웨이웨이가 만든 대형 청백색 ‘포르셀린 큐브’다.
범인은 미술계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라고 한다. 그는 지난 수년간 피렌체에서 열린 여러 전시회에서 ‘충격적이고 파괴적인 사건’을 일으킨 전력이 있다고 전시회 큐레이터 아르투로 갈란시노는 로이터에 설명했다.
조각상을 부순 남성은 현장에서 박물관 경비원들에게 제지당한 뒤 경찰에 체포됐다.
이 행사는 초대받은 사람만 참석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한다. 범인이 어떻게 건물에 들어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시회는 ‘나는 누구인가?(WHO AM I?)‘라는 제목으로 22일 정상적으로 개막했다. 망가진 작품은 실물 크기 인쇄물로 대체될 예정이라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5월 4일까지 진행된다.
전시회 대변인은 “아이 웨이웨이는 다친 사람이 없는지 걱정했다”며 “이후 작품의 잔해를 덮어 치워달라고 요청했습다”고 전했다.
아이 웨이웨이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가로 꼽히는 작가이자 정치 활동가다. 1957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81~93년 미국에서 사는 동안 미국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 등에서 공부했다. 2015년 중국을 떠난 뒤 포르투갈, 독일, 영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그는 조각부터 설치미술, 사진, 애니메이션, 영화까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권위주의 정부와 인권 침해, 자유 억압 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표현해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는 베이징 국립 경기장의 예술 컨설턴트로 참여했다. 2011년 탈세 혐의로 체포돼 81일간 감옥살이를 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