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트럼펫은 브로엄 선교사님의 유일한 유품이에요. 선교사님은 항상 본인이 평범하다고 말씀하셨지만 저희에게 있어 선교사님은 하나님의 주권 아래 대만 전 세대를 통틀어 큰 영향력을 끼친, 결코 평범하지 않은 분이셨어요. 선교사님은 트럼펫이 유일한 유품일만큼 본인이 가지신 것을 모두, 아낌없이 복음 전파를 위해 베푸셨죠.”
대만 최대 기독교교육문화방송 기관 ORTV(Overseas Radio & Television Inc.)의 최고경영자이자 대만의 유명 개신교 합창단인 티엔윤합창단(天韻·Heavenly Melody)의 단장 다니엘 셰(Daniel Hsieh)씨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ORTV 건물 합창단 연습실에 놓인 트럼펫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셰씨는 ORTV·티엔윤합창단의 설립자이자 지난달 6일 별세한 미국인 선교사 도리스 브로엄(1926~2024)의 삶을 회고하며 “12살의 나이에 처음 중화권 복음화에 대한 소망을 품게 된 브로엄 선교사는 1948년 중국에 와 영어 음악 등을 가르치며 평생을 중화권 복음화에 힘써왔다”며 “결혼의 기회가 찾아왔음에도 대만 선교를 택하고 2000년 태풍으로 지역 전체가 침수됐을 때도 포기하지 말라며 끝까지 우리를 격려하셨다”고 말했다.
브로엄 선교사는 대만 미디어선교의 선두자다. 그는 1951년 대만으로 이주해 1960년 대만의 첫 선교방송국인 ORTV를 설립하고, 대만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1962년엔 영어 교육 라디오 프로그램인 스튜디오클래스룸(Studio Classroom)과 영어 교육 잡지를 발간하는 등 공중매체를 통해 복음을 전파했다.
브로엄 선교사는 복음 전파뿐만 아니라 대만 발전에도 이바지해 2002년에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징싱훈장을 수상하고 지난해 5월에는 대만 시민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징싱훈장은 대만 총통이 정무 분야에 크게 기여한 이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또 그가 1963년 제작한 대만 최초 기독교 TV 프로그램 ‘헤븐리 멜로디(Heavenly Melody)’는 오늘날 티엔윤합창단으로 자리잡아 브로엄 선교사의 의지를 이어 문화선교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음악교실과 개인 교습, 뮤지컬, 음악회, 마라톤 대회, 플래시몹 등을 아우르며 모든 프로그램의 끝에는 꼭 복음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셰씨는 “현재 우리는 해외 30여개국 순회 공연은 물론,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다양한 컨텐츠로 나날이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대만에서는 종교 단체가 학교 커리큘럼에 관여할 수 없게 돼있지만 우리는 기독교 단체임에도 영어를 가르치기 때문에 학교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어와 인격, 기독교 가치관 등을 가르치며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결실도 있다. 셰씨는 “성탄절 전후로 열흘간 7개 도시에서 순회전도 집회를 열고 있는데, 약 1만여명이 모이는 이 행사를 통해 매년 약 2000명 가량이 결신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셰씨는 이어 “평생 대만선교를 위해 헌신한 브로엄 선교사를 이어 앞으로도 복음 전파에 힘쓸 예정이다. 한국교회 성도 여러분도 우리의 사역을 기도로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타이베이(대만)=글·사진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