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이 최근 경영 위기에 빠진 인텔의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다만 양사의 구체적인 인수합병 조건이나 논의 내용 등이 알려지지 않은데다 까다로운 합병 심사를 넘어야 하는 만큼 현재 단계에서 실제 인수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퀄컴이 인텔 인수를 타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퀄컴이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 회사 자산을 매각하거나 인텔의 사업 영역을 부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때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군림했던 인텔은 최근 후발 경쟁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최근엔 100억 달러 비용 절감, 전체 직원의 15% 감축 등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올해 주가는 최고액 대비 60%가량 감소했다. 2020년 기준 인텔의 시장가치는 2900억 달러(약 387조원)였는데, 현재는 900억 달러(약 120조원)로 하락했다.
애플 아이폰 등 휴대전화용 반도체 최대 공급회사인 퀄컴의 시총은 1850억 달러(약 247조원)다. 업계에선 퀄컴이 인텔을 인수하면 역대 최대 규모의 기술기업 합병 사례가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대규모 거래가 성사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인텔이 퀄컴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여도 강도 높은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반독점 이슈도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2017년 퀄컴 인수에 나섰던 브로드컴은 미 당국에 의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엔비디아는 2021년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 인수를 추진했다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의해 제소를 당했다.
한편 인텔의 주가는 이날 퀄컴의 인수 소식에 뉴욕 증시 정규장에서 전일 대비 3.31% 올랐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