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에서 울려퍼진 평화의 외침… 전쟁 종식 기원하며 화해 논의

입력 2024-09-20 17:20 수정 2024-09-20 17:42
프리로잔 컨설테이션 참가자들이 20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독개다리 앞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 독개다리 앞.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모였다. 단체 사진을 찍는 이들의 맨 앞에는 외국인 참가자들이 손수 준비해 온 ‘End the Korean War(한국전쟁을 끝내자)’라고 적힌 현수막이 놓였다.

다국적 방문객들은 6·25 전쟁 당시 파괴된 교각을 활용해 재현한 다리 위에서 전쟁의 상흔과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제니퍼 후(Jennifer Hu·여)씨는 “비무장지대(The Korean Demilitarized Zone)에 있는 빈 건물에서 느껴지는 공허함과 상실감을 통해, 남북관계의 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페낭의 말레이시아 침례신학교(Malaysia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교수인 그는 “평화와 화해는 성경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라며 “예수님께서 우리를 하나님과 화해시키신 것처럼 한국 교회와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함께 기도하며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순례는 한국에서 열리는 제4차 로잔대회를 앞두고 한국의 기독교 단체들이 연합해 마련한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프리로잔 컨설테이션’ 행사의 하나로 진행됐다. 여정에는 약 40개 나라에서 온 130여명의 참가자가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남북출입사무소, 임진각, 통일촌, 오두산 통일전망대 등 전쟁과 분단의 상처가 남아 있는 장소들을 방문했다. 특히 DMZ 근처에서 북한 땅을 직접 바라보는 시간도 가졌다. 윤환철 미래나눔재단 사무총장은 “DMZ는 단순한 경계선이 아니라 우리가 평화와 화해를 위해 더욱 기도하고 실천해야 할 이유를 깨닫게 해주는 상징적인 장소”라고 순례의 취지를 전했다.

순례를 마친 뒤에는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에서 기도회가 열렸다. 부흥한국(대표 고형원 선교사)과 수상한거리(대표 백종범 목사)가 기도회를 인도했다. 기도회에서는 여러 언어로 평화와 화해를 기원하는 기도문이 낭송됐다. 참석자들은 각자의 언어로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기도했다.

21일에는 본격적인 컨설테이션이 이어진다. 컨설테이션은 모든 참가자가 10명 내외의 소그룹에 참여해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며 서로 이해를 증진하는 자리다.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주제로 170여명의 세계 각국 크리스천 지도자들이 모임에 참여한다. 인터서브코리아 직전 대표인 조샘 선교사는 “전 세계에서 온 그리스도인들이 한반도 평화와 화해 문제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고 공감하게 될 것”이라며 “컨설테이션을 통해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한 자발적 협력 연결망이 구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 전체 코디네이터인 김종호 NARI 대표(전 IVF 대표)는 “한반도 분단 문제는 전 세계 교회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라며 “이번 컨설테이션은 한국에서 열리는 로잔대회가 한반도 문제를 더욱 심도 있게 다룰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행사”라고 의의를 밝혔다.

이번 컨설테이션에서는 한반도 문제뿐만 아니라,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 등 다양한 지역의 갈등 상황도 함께 논의된다. 각국 참가자들은 한반도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국의 갈등 해결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프리로잔 컨설테이션 참가자들이 20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독개다리 앞에서 한국전쟁 종식을 기원하며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파주=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