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종생 목사)가 설립 100주년을 맞이해 국내 에큐메니컬(교회 일치와 연합)의 과정을 성찰하고 한반도를 중심으로 고조되는 대립·갈등을 반성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신냉전 등 국제적 복합위기 속에서 세계교회의 역할과 협력과제를 모색하면서 새로운 100년의 순례를 다짐했다.
NCCK는 20일 서울 강북구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NCCK 100주년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향한 새로운 100년’을 주제로 21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행사에는 제리 필레이 세계교회협의회(WCC) 총무, 매튜스 죠지 추나카라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총무, 데틀레프 크노헤 독일복음선교연대(EMS) 의장, 쎄트리 나오미 세계개혁교회커뮤니온(WCRC) 총무, 요완다 용가라 세계기독학생총연맹(WSCF) 총무, 나탈리 린 세계선교협의회(CWM) 의장 등 국제 에큐메니컬 단체장들과 국제 NCC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김종생 NCCK 총무는 환영사에서 “우리는 오늘 NCCK 10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로 이 자리에 모였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시대 상황의 변화는 우리에게 한반도와 통일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대한 이해와 비전이 심화하고 공동의 증언을 위한 전략과 연대가 보다 확장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NCCK 100주년기념특별사업위원장인 김학중 꿈의교회 목사는 개회사를 통해 “NCCK의 지난 100년은 과열된 경쟁에 몰두하던 우리 사회에 협동과 공생과 사랑을 보여줬다”면서 “그 위대한 100년의 발걸음을 기념하는 이때, NCCK는 우리 시대를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서 논의되는 이야기가 과열된 경쟁에 몰두하는 우리 사회에 참된 협동과 고생과 사랑을 만들어가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NCCK, 한반도의 평화를 논하다
콘퍼런스에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NCCK와 국제 에큐메니컬 지도자들의 역할 등을 모색하는 주제강연이 이어졌다. 1부 순서자로 제리 필레이 WCC 총무와 한기양 NCCK 화해통일위원장이 각각 ‘NCCK 100년-도잔소 프로세스 40주년,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향한 국제 연대’와 ‘한반도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NCCK의 역할’을 주제로 마이크를 잡았다.
필레이 총무는 한반도 평화를 향한 초석으로 ‘도잔소 프로세스’를 주목했다. 이는 1984년 일본 시즈오카현 고텐바시 도잔소에서 열린 협의회에서 결정된 내용으로 세계교회가 남북 분단에 대해 이해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돕는다는 게 골자다.
필레이 총무는 “NCCK는 100년 전 일본의 식민지배부 터 냉전, 1980년 군부정권,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코로나 팬데믹 등 역사적 사건마다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평화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며 “특히 남한 측 교회지도자들은 당시 북한의 기근에 대처하는 요청, 한반도에큐메니컬포럼(EFK) 설립, 한반도 평화통일 선언 성명 채택 등 국제적 연대를 잇달아 청했다”고 설명했다.
필레이 총무는 “더 나아가 WCC에 남북 대화·통일 문제를 국제 에큐메니컬 의제로 요청함으로써 도잔소 프로세스가 시작됐다”면서도 “하지만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과의 통일 대화를 중단한다고 선언하면서 조선그리스도교련맹(KCF)과의 소통이 끊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이 어려운 시기일수록 도잔소 프로세스의 정신과 희망을 되새겨야 한다”며 “한반도에 화해와 평화가 찾아오길 기도하며 WCC는 한반도와 NCCK와 끝까지 동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화통위원장은 한반도 갈등 해결을 위해 교회의 주요 가치 가운데 하나인 ‘화해’를 제시했다. 그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4‧27판문점선언, 9‧19평양선언을 토대로 평화협정을 선포하도록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화해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제적 사랑 실천 △교파별 평화선교사업 실천 등을 제안했다.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까지
NCCK는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를 향한 평화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동북아시아의 지정학, 그리고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발제한 매튜스 죠지 추나카라 CCA 총무는 “한반도는 동북아시아의 안보에 있어 중요한 지역”이라며 “6·25전쟁과 분단, 남북한 간의 갈등은 평화와 안보의 핵심 지표로 여겨져 왔다. 동북아시아 지정학적 발전은 한반도 지역을 위협하는 대내외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를 포괄하는 동북아시아 지정학적 상황이 중국과 러시아, 미국 등 세계열강의 패권적 경쟁과 갈등에 의해 주도된다는 것이다.
추나카라 총무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한 노력은 에큐메니칼 관계자와 글로벌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전략적인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며 “지속되는 갈등과 복잡한 지정학적 역학 관계는 상징적인 제스처를 넘어 실질적이고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나아가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동북아지역 분쟁을 격화시키는 데 있어 각국 정부의 역할에 대해 책임을 묻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에큐메니컬의 연장선
NCCK는 21일 서울 중구 라마다바이윈덤 서울동대문에서 국제 콘퍼런스를 이어간다.
이날 자리에선 김성경 북한대학원대 교수와 이영아 팀장의 ‘국제질서의 변화와 평화구축’의 주제강연과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를 위한 세계 에큐메니컬 공동체의 역할’ ‘복합위기 시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평화를 향한 에큐메니컬 공동체의 제안’의 주제로 패널토론이 진행된다. 이어 주요 의제 및 협력과제를 두고 분과별로 토론한다.
국제 콘퍼런스는 서울 종로구 시청 앞 세월호기억관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촛불기도회로 막을 내릴 계획이다.
오는 22일과 23일에는 연동교회(김주용 목사)와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각각 에큐메니컬 감사예배, 한반도에큐메니컬포럼(EFK)이 이어진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