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18일 40대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병원에서 치료받던 일본인학교 초등학생(10)이 숨졌다. 이날은 중국에서 ‘9·18사변’으로 부르는 만주사변을 일본이 일으킨 지 93주년 되는 날이어서 혐오범죄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범행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주중 일본대사관은 19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공식계정을 통해 이날 새벽 피해 학생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전날 오전 등교 도중 학교 교문에서 약 200m 떨어진 장소에서 44세 남성의 습격을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를 매우 엄중히 인식한다. 등교 중인 아동에게 비열한 행위가 자행돼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측에 중국 내 일본 교민의 안전 확보를 다시 한번 요구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추가 조치가 필요한지 외무성에 검토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은 우장하오 주일 중국대사를 초치해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중국 내 일본인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요구했다.
주중 일본대사관은 이날 애도를 위해 국기를 조기로 게양했다. 대사관 측은 일본인 교민에게 “외출할 때는 수상한 사람이 다가오지 않는지 확인하는 등 안전에 유의해 달라”며 “특히 아이를 동반할 때는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공지문을 게재했다.
선전시는 첨단기술 기업이 많은 곳으로 일본 등 외국 기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NHK는 “이번 사건이 일본과 중국 간 인적 교류, 일본 기업의 중국 투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에서는 지난 6월에도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중국인 남성이 하교하는 자녀를 맞으러 나간 일본인 모자 등 3명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일본인 모자는 다치고 중국인 여성 안내원은 치료받다 숨졌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용의자는 현장에서 붙잡혔고, 사건은 현재 추가 조사 중”이라며 “중국은 계속해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 중국에 있는 모든 외국인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언론들은 피해자가 일본인 학생인 점을 빼고 보도하거나 외교부 대변인 논평만 간략하게 전하는 등 이번 사건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