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12시 점심시간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경기도 평택 은혜중고등학교 소강당 문이 열렸다. 교문 밖까지 들리는 찬양 소리를 따라 아이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이날 예배에 참석한 학생 200여 명 중 교회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10명 중 9명이었다. 며칠 뒤 다가올 시험이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강당 좌석은 가득 찼다.
“주님의 임재 앞에서~.” 이날 찬양 인도를 맡은 백석대 졸업생 조유현(29) 강도사가 CCM ‘주님의 임재 앞에서’를 선창하자 학생들은 “앞에서!”라며 후창했다. 이후에도 학생들은 조 강도사가 이끄는 박수와 호응에 맞춰 찬양을 신나게 따라 불렀다. 은혜중고등학교는 올해로 학교 복음화 예배가 세워진 지 4년이 됐다. 매주 목요일마다 자율동아리 형식으로 드려지는 예배는 처음 3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고등학교 200명, 중학교 150명이 참석하는 교내 최대 동아리로 성장했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 점심시간 40분을 쪼개 이곳에 출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학생들이 말하는 ‘찬양과 간식, 유대감’은 예배 문턱을 낮춘 접근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박효을(16)양은 친구를 따라 지난 4월부터 예배를 출석했다. 박양은 “친구, 선배들과 모여 찬양 부르는 분위기가 너무 신난다”며 “간식도 주고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서 매주 출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양을 학교 예배에 전도한 주예하(16)양은 학교에 찬양 부르는 모임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예배에 참석하게 됐다. 주양은 “처음엔 이곳에서 교회 다니지 않는 친구들이 찬양하는 모습을 보며 신기하게 생각했다”며 “예배 사역자분들이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학교 예배를 출석하던 친구들이 신앙을 갖고 지역교회를 출석하기도 한다”고 했다.
은혜중고등학교는 학교 복음화 사역자 양성과정을 배우는 신대원 학생들의 실습 장소이기도 하다. 이형노(37)전도사는 지난해 백석대에서 ‘학원 복음화 인큐베이팅’ 과정을 통해 학교 복음화 사역을 시작했다. 이 전도사는 “현장에서 실습하며 아이들과 친밀감을 쌓는 것이 우선돼야 함을 느낀다”며 “교회가 사용하는 표현은 교회 밖 아이들에게 너무 어렵다. 아이들이 복음을 접할 수 있도록 눈높이 맞추는 법을 배운다”고 전했다. 학원 복음화 인큐베이팅 과정은 백석대 외에도 성결대, 아신대, 서울성경신학대학원대에 개설됐다.
아이들에 의해 예배가 세워지지만 이곳처럼 예배 규모가 커지거나 예배를 세운 학생이 졸업할 때면 중단되는 한계가 있다. 학원복음화인큐베이팅 대표 최새롬 목사는 “스쿨처치의 생명주기를 대략 3년으로 본다. 아이들이 졸업하면 처음 세운 예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라며 “생명주기를 늘리는 방법은 지역교회와 연결하는 것이다. 지역교회가 학교에 지속적인 지원 조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충남 아산 행복샘교회(정대명 목사)에서 탐방을 나온 유인호(36) 사역자는 “교회 밖 아이들 전도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했었다”며 “순수하게 찬양하는 학교 아이들 모습을 보며 전도의 용기를 얻었다”고 고백했다.
평택=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