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갈등 최고조… 영풍·MBK,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

입력 2024-09-13 14:07 수정 2024-09-13 14:23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MBK)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발표하면서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법적 공세도 시작했다. 고려아연은 “적대적·약탈적 인수·합병(M&A)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3일 MBK와 영풍은 이날부터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다.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 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 씨 일가가 경영하고 있다. 2022년 이후 두 가문이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을 벌이며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됐다.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약 7∼14.6%(144만5036주∼302만4881주)를 공개 매수한다. 이에 따른 공개매수 대금은 약 2조원에 달한다. 경영권 분쟁 격화 소식이 알려지며 이날 오후 1시 48분 현재 한국거래소에서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보다 19.60% 오른 66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69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영풍(29.97%)과 영풍정밀(29.99%)은 상한가로 올라섰다.

MBK와 영풍은 공개매수에 응모한 주식 수가 최소 매수예정 수량 미만일 경우 매수하지 않는다. 최대 매수예정 수량을 초과하는 경우는 최대 매수예정 수량만큼 만 안분 비례해 매수한다.

MBK는 전날 영풍과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 등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해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했다. 영풍 및 특수관계인 소유 지분 일부에 대해서는 콜옵션을 부여받기로 했다. 최종적으로 MBK 최대주주 그룹 내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영풍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보다 1주 더 갖게 된다. 현재 영풍과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특별관계자 지분은 33.13%다.

영풍이 MBK와 손을 잡으면서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MBK는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최윤범 회장은 고려아연의 모든 주주에 대해 선관주의 의무를 지는 경영 대리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소수 지분에 불과한 자신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 지배구조를 왜곡시키고 이사회 기능을 무력화시키며 기업의 재무건전성 및 미래 기업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적대적·약탈적 M&A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에 대해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면서 각종 환경오염 피해를 일으켰고, 빈발하는 중대재해 사고로 최근 대표이사들이 모두 구속되는 등 사업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회사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며 “경영 정상화와 사회적 책임은 방기한 채 고려아연 지분과 경영권 확보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MBK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국내 여론에 의해 약탈적 기업사냥꾼이자 투기자본으로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온 곳”이라며 “경영권 인수 뒤 해외 자본에 재매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국가 기간산업인 이차전지 소재 관련 핵심 기술의 해외로 유출되는 등 엄청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MBK와 영풍은 이날 별도의 자료를 통해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히며 법적 공세도 시작했다. 공개매수 기간 동안 영풍의 특별관계자인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자본시장법 제 140조 별도매수 금지의무를 위반할 뿐만 아니라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주식시세 조종행위에도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