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을 ‘적대적이고 교전 중인 두 국가’로 규정하며 민족 개념을 지우고 있는 북한이 대내외선전용 매체에서 추석을 강조하고 나섰다.
북한 대내외선전용 월간지 금수강산 9호 상식 코너에는 ‘민속명절 추석’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는 “추석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속명절의 하나”라며 “올해 추석 명절은 9월 17일”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우리 인민은 해마다 추석이 오면 풍년 농사를 지어놓은 기쁨을 즐기고 돌아간 조상들을 위해 지성을 표시하군 하였다”고 설명했다.
북한도 남한의 추석처럼 송편을 먹고 씨름 등 민속놀이를 진행한다. 해당 기사에는 “송편은 우리 인민의 생활에서 추석을 상징하는 명절 음식으로 되고 있다”며 “우리 인민은 추석날에 바줄당기기, 활쏘기, 그네뛰기, 씨름, 길쌈놀이 등 다양한 민속놀이도 진행했다”고 전했다.
최근 남한을 적대적 국가로 규정하며 민족 개념을 지우는 북한이 매체를 통해 민족의 상징인 추석을 강조한 것이 의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이고 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라고 규정했다. 이어 올해 초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남한을 ‘불변의 주적’이라고 했다. 동시에 헌법에서 민족·통일 개념을 지우라고 지시했다.
북한이 추석을 알리는 이유는 내부 결속에 활용하기 위한 용도인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1988년부터 추석을 명절로 허용했으며 체제 수호 목적으로 활용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추석 등 민속명절을 북한 내부의 사회경제적 위기 극복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당국은 추석을 조상뿐 아니라 먼저 간 ‘혁명 선배들’과 동지들 그리고 가족·친척·친우들을 추억하는 뜻깊은 계기로 선전한다”며 “주민들은 조상의 묘에 찾아가기 전 대성산혁명열사릉, 조국해방전쟁참전열사묘 등을 먼저 찾아 인사하는 관행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남한의 추석과 북한의 추석이 다른 모습도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추석 당일 하루만 공휴일이며 남한에서 볼 수 있는 민족 대이동으로 인한 교통체증, 귀성 전쟁 등은 없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