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만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이철 목사)의 수장을 뽑는 감독회장 선거가 보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후보들이 내세운 은급비 인상 공약이 교단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바른감리교회협의회(회장 문병하 목사, 이하 바감협)는 12일 서울 동작구 하나교회(정영구 목사)에서 ‘감리교 은급 진찰’을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감 은퇴 목회자 지원 제도인 은급의 현황과 문제를 논의했다.
기감 본부 은급부 부장 추연복 목사는 현재 은급을 받는 인원이 2567명이며 그중 1931명이 은퇴한 목사, 416명은 유족이라고 설명했다. 매달 약 15억원이 이들에게 지급되고 있으며 수혜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지급 금액도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교회 성장 둔화와 저출산 등으로 인해 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성모 목사(성남 새소망교회)는 은급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수입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출이 계속 증가하면 결국 기금이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현재 3년에 한 번 납부하는 기여금과 교회의 부담금만으로는 제도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 성 목사의 주장이다.
오는 26일 진행될 감독회장 선거에서 3명의 후보는 은급비를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120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토론회에서는 “현실과 맞지 않는 공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은급 제도의 문제는 단순히 금액을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기금 고갈 위험과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있다는 것이다. 추가 재원 마련 없이 은급비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제도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성 목사는 “은급비는 40~50만 원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종구 인천 만남의교회 목사는 “지금은 부유한 목회자도 있고 어려운 목회자도 있다. 형편이 좋은 목사와 어려운 목사가 똑같이 은급금을 받는 게 과연 공평한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여유가 있다면 후배들을 위해 더 내고 덜 받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감독회장과 감독 후보자라면 자신부터 은급금을 반납하거나 이에 상응한 조치를 취해 교단 내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쥬빌리목회지원센터 대표 현창환 목사가 제안한 공적연금과의 결합 방안도 주목을 받았다. 현 목사는 “기감 은급 제도가 지속되려면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과 결합해 목회자들의 노후를 보장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은급에만 의지하는 것보다 목회자들의 안정적 노후를 보장할 수 있고 교단의 재정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예장백석(총회장 이규환 목사) 등 다른 교단에서도 이와같은 방식으로 목회자 노후 보장 제도를 도입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병하 목사는 “기감 은급 제도는 교회의 공공성과 책임을 반영하는 중요한 제도”라며 “금액 인상보다는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감협은 앞으로도 교단 안의 현안의 문제와 신학적 문제, 교회적 사건이나 사고에 대해 감시하는 워치타워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급 제도란?
기감의 은급 제도는 교단에서 오랜 기간 목회한 은퇴 목회자와 그 가족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1985년 처음 시행됐다. 기감 소속 교회들이 매년 일정 금액을 부담해 기금을 마련한다. 목회자들도 3년마다 생활비 1개월분을 기여금으로 납부한다. 이를 통해 은퇴한 목회자와 그 유족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 은급은 목회자뿐만 아니라, 그 배우자가 사망할 때까지 평생 지급된다. 이는 은퇴한 목회자의 노후 생활을 안정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반 보험사의 노후 연금과 달리 감리교 은급은 지급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 보험사의 연금은 특정 기간 이후에는 종료되는 경우가 많지만 감리교 은급은 목회자와 배우자가 생존하는 동안 계속 지급된다. 그러나 최근 교회 성장 둔화와 저출산 등으로 인해 은급 기금의 고갈 우려가 커지면서 젊은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은급 제도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