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영훈 제주지사가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다만 당선무효 기준에 못 미치는 벌금형을 받아 지사직을 유지하게 됐다. 2년 가까이 이어온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면서 민선 8기 핵심 정책은 탄력을 받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 지사에게 벌금 9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12일 확정했다.
오 지사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인 그해 5월16일 선거사무소에서 기업 관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협약식을 개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협약식이 오 지사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공약을 홍보하기 위한 행사라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모 사단법인 대표가 단체 자금으로 협약식 개최 비용 550만원을 컨설팅업체에게 지급했는데, 검찰은 이를 정치자금으로 보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오 지사는 경선 과정에서 지지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내 직능·단체에게 지지선언을 하게 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1심과 2심은 오 지사가 협약식을 열어 사전 선거운동을 벌인 점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다른 법인 자금이 협약식 개최에 쓰였다는 사실을 오 지사가 인식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지역 단체에 대한 지지선언 종용은 캠프 실무 선에서 이뤄진 것으로 봤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결을 수긍했다.
이날 확정 판결로 오 지사는 2022년 12월 검찰 기소 이후 2년 가까이 이어온 사법리스크를 털어내게 됐다.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 기반 조성 등 핵심 공약들도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측근들이 대거 유죄판결을 받아 떠나고, 선거법 위반 꼬리표도 남게 됐다.
재판 과정에선 당시 오영훈 후보 이름을 내건 기업 상장 추진 관련 협약식이 허술하게 진행됐고 지지 보육 교직원 선언 날짜를 임의로 바꾼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한 점 등이 드러났다.
측근인 정모 전 서울본부장, 김모 전 대외협력특보는 1심과 2심에서 각각 벌금 500만원과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은 후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오 지사는 2016년 국회의원 당시에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오 지사는 12일 대법원 판결에 따른 입장문을 내 “미필적인 고의로 인해 선거운동 기간 전 규정된 방법을 제외한 선거운동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 법리적인 해석에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도지사의 책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원심을 확정한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더 신중한 자세로 도민을 위해 봉사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