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덮죽 사태’ 막는다…특허청 ‘소상공인 IP 역량강화 사업’ 눈길

입력 2024-09-12 13:23
김완기(왼쪽 다섯번째) 특허청장이 12일 대전 태평전통시장에서 간담회를 마치고 시장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특허청 제공

소상공인·전통시장의 지식재산(IP) 역량을 강화하고 관련 상표권 확보까지 지원하는 특허청의 ‘소상공인 IP 역량강화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12일 특허청에 따르면 이 사업은 제3자의 메뉴 표절 및 상표출원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포항 덮죽’ 등의 사건을 계기로 도입됐다. 포항 덮죽 사태와 같은 지식재산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지식재산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인식 향상, 권리 확보를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이 사업은 도입 3년만에 총 1만건 이상의 지원 건수를 기록하는 등 소상공인들의 지식재산 확보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첫 해인 2022년에는 3759건, 지난해에는 4290건을 지원했고 올해는 지난달 기준 2542건을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산 역시 2022년 26억3200만원에서 올해 42억9200만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소상공인이 보유한 상호·레시피 등의 상표와 특허 출원을 지원하는 ‘지식재산 출원 지원 사업’이 3887건으로 전체 지원 건수의 90%에 달했다.

이어 제품 특성을 반영한 상표·디자인의 개발과 이에 대한 출원을 지원하는 지식재산 창출 종합패키지 지원 사업이 180건, 전통시장·골목상권의 특색을 살린 상표와 캐릭터 등을 개발해 출원까지 지원하는 ‘전통시장 공동상표 개발 지원 사업’이 223건을 기록했다.

김완기(가운데) 특허청장이 12일 대전 태평전통시장 상인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특허청 제공

이들 사업은 단순히 소상공인의 지식재산 역량 강화 뿐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례로 대전의 태평전통시장은 전통시장·골목상권 공동상표 개발 지원 사업을 통해 ‘태평대전’이라는 신규 상표를 개발했다. 대전이 갖고 있는 ‘느리다’는 지역 이미지를 재치있게 살려 곰·나무늘보·거북이를 활용한 캐릭터상표와 포장디자인을 개발하고 이를 출원했다.

현장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김완기 특허청장이 이날 태평전통시장을 찾아 지식재산 간담회를 개최한 결과 상인들은 공동상표와 캐릭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용수 태평전통시장 상인회장은 “특허청 지원사업을 통해 개발한 공동상표와 캐릭터를 온·오프라인 홍보와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시장 상인들의 만족도와 지역주민들의 호응도 역시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세종시의 ‘세종시한글빵’은 일반 용어여서 상표등록이 어려웠지만, 한글창제 이념인 ‘천지인’을 형상화한 새로운 상표와 이를 적용한 포장디자인을 제작해 상표·디자인 출원에 성공했다. 타인 명의로 등록된 유사 상표가 있었던 인천시의 ‘송도어멍’은 로고디자인과 결합한 신규상표를 만들고 제품 특성에 맞는 밀키트 포장디자인을 개발하면서 출원으로 이어졌다.

김완기 특허청장은 “전통시장도 이제는 각 지역의 오랜 전통과 역사, 문화를 살린 고유의 콘텐츠가 필요하다”며 “특색을 살린 공동상표 및 캐릭터 개발뿐 아니라 소상공인들이 지식재산권 확보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