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미완’의 퇴임… 김 여사 사건 처리 끝내 못해

입력 2024-09-11 18:52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최재영 목사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결과가 나온 후 처분하기로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오는 15일 임기 만료 전 김 여사 사건을 끝내지 못하고 퇴임한다. 이 총장은 여러 차례 “예외도 성역도 없는 수사”를 강조했지만, 결국 김 여사 사건 등 주요 수사를 매듭짓지 못한 채 임기 2년을 마무리하게 됐다.

1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지난 10일 김 여사 수심위 권고에 따라 이번 주 중 처분을 내리겠다고 대검찰청에 보고했다. 다만 대검과 중앙지검 간 협의를 거쳐 추석 연휴 이후 열릴 최 목사 수심위 결정까지 보고 처분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 총장은 대검 참모들 의견도 들은 후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 수심위는 오는 24일 개최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여사 사건 처분은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취임 후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여사와 최 목사를 따로 처분하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의견과, 김 여사 수심위에서 만장일치로 불기소 권고가 나온 만큼 이 총장이 결단을 내렸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앞서 이 총장은 지난 23일 중앙지검 수사팀의 김 여사 불기소 방침을 보고 받고 ‘공정성 제고’ 등을 이유로 직권으로 사건을 수심위에 회부했다. 지난 6일 수심위는 김 여사에 불기소 권고를 의결했다.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지난 9일 중앙지검 시민위원회에서 최 목사가 별도 신청한 수심위 개최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이 총장은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는 지난 7월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지휘권 복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기 초기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회복하고 사건을 신속하게 정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 일각에서는 이 총장이 주요 정치권 사건을 신속하게 마무리하지 않아 검찰의 정치적 부담이 오히려 커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검찰이 윤석열정부 관련 사건에는 속도를 내지 않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권 수사에 몰두하는 모습으로 비치면서 형평성 시비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현재 전주지검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 특혜채용 의혹 사건을 4년 넘게 수사 중이고, 수원지검은 이 대표 부부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는 “이 대표 수사 등 야권 사건을 언제까지는 전부 끝내서 보고하라고 한 후 총장이 사건을 종결하는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다만 문재인정부 ‘검수완박’ 이후 흔들리던 검찰 조직을 추스르고,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 보이스피싱·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 등 민생범죄 대응체계 틀을 확립했다는 점은 이 총장 임기 2년의 성과로 꼽힌다. 이 총장은 임기 중 “민생침해 범죄, 특히 여성·아동 대상 범죄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데 역할을 한 총장으로 남고 싶다”고 자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경우 이 총장이 직접 피해 여성 청바지에 대한 DNA 감정을 지시했고 항소심에서 가해자에게 중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이형민 박재현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