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상 교인 증가 ‘실버 크리스천 전성시대’ 활짝

입력 2024-09-11 15:44

60대 이상 교인이 전체 절반에 육박하는 ‘실버 크리스천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고령 인구 증가세에 발맞춰 교인 연령대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교회들도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목회를 의미하는 ‘실버 목회’를 위한 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대표회장 장종현 목사)은 조사 전문 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과 연세대 통계데이터사이언스학과에 의뢰해 2050년까지 교세를 전망한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15개 교단 교세 통계(2001~2022년)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이 제공하는 전국 시도별 추계 인구 통계 데이터를 활용했다. 여러 머신러닝(기계 학습) 프로그램과 AI 통계 모델을 활용해 유효성 확인을 거친 뒤 실제 데이터와의 일치도가 가장 높고 평균 절대 오차율이 낮은 '자기회귀 선형회귀' 방법을 예측 모델로 2050년까지 기독교인 수를 예측했다.

‘실버 목회’ 블루 오션될까
조사 결과 현재 28.9%(240만명)인 60대 이상 고령 교인 수는 점진적으로 늘어나 2050년이 되면 전체 43.9%(246만명)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인 2명 중 한 명이 60대 이상이 된다는 의미로 ‘실버 목회’가 미래 목회 대안이 된다는 분명한 지표가 되는 셈이다.

‘실버 목회’에 대한 관심은 이미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목회의 블루 오션으로 보는 분위기다.

장로회신학대 박사과정 중인 박요한 서울 연동교회 부목사는 1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같은 박사과정에 있는 젊은 목회자들이 하나같이 ‘실버 목회’를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있다”면서 “다음세대에 관한 관심과 투자를 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고령 교인이 지속해서 늘어나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목회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이를 통해 교회가 새로운 ‘목회적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교회노인학교연합회(이사장 민귀식 목사)와 같은 노인 사역 전문 기관들도 각 교회 노인학교 지도자 양성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전국 규모의 세미나를 연 연합회는 ‘자존감을 살리는 글쓰기’ ‘웃음이 있는 힐링 건강 체조’ ‘밸런스 워킹PT’ ‘시니어 감각 놀이’ 등의 강좌를 마련하며 노인 목회 저변 확대에 나섰다.

고령 교인이 참여하는 ‘시니어부’도 늘고 있다. 시니어부를 운영하는 경기도 부천 참된교회(장창진 목사)는 매주 수·목요일에는 각각 어르신예배와 청춘대학, 주일 오후에는 시니어예배를 마련해 교인은 물론이고 지역에 사는 비기독교인 어르신을 교회로 초청하고 있다.

고령층 교인이 증가하면서 젊은 세대가 줄어드는 것도 미래교회가 맞이할 변화상이다.

50대 이하 교인 모두 감소세
이번 조사 결과 19세 이하의 어린이·청소년 교인은 2024년 14.7%(122만명)에서 2050년이면 12.5%(70만명)로 줄어든다. 20·30세대 교인도 같은 기간 26.0%(215만명)에서 16.7%(94만명)로 내려앉는다. 40·50세대도 3.5% 줄어든 26.9%(150만명)로 30.0%선이 무너진다.

지역별 교세 추이도 각 지역 교회들의 장기 선교 전략 수립에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인 지역의 기독교인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2050년까지 꾸준히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50년이 되면 전체 기독교인 3명 중 2명 가까이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될 전망이다.

현재 60.4%(500만명) 수준인 서울과 경인 지역 교인은 64.0%로 늘어난다. 전체 교인 수는 358만명이 되지만 이는 전체 교세 감소세를 반영한 결과로 교인 비율은 높아진다.

대구·경북 지역 기독교인은 지속해서 줄어들다 2036년 5% 아래로 떨어지고 2050년이 되면 4.6%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독교인도 4.3% 정도 줄어든다는 게 이번 조사 결과다.

현재 전체 16.2%(828만여명)인 기독교인 비율은 2050년 11.9%(560만여명)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해서 감소하는 교세는 2047년이 되면 해마다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재부흥 위한 토대될 조사”
이번 조사의 책임 대표인 한교총 공동대표회장 오정호 목사는 “절망적인 조사 결과이지만 희망을 그리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이번 조사의 서문에서 “조사 결과 2050년까지 한국 기독교는 지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결과를 통해 재도약을 위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혁신하고 부흥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삼고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새로운 전도 전략도 수립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 추계를 뒤집을 수 있는 담대한 복음의 여정에 나서자”고 밝혔다.

조사에 교세 통계를 제공한 교단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통합·백석·고신·개혁·합신·대신·개혁대신·백석대신,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한국침례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예수교대한성결교회 등이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