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의 경청, 당회의 섬김이 원활한 교회 소통 만든다”

입력 2024-09-11 14:05 수정 2024-09-11 14:18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목사가 10일 경기도 여주 마임비전빌리지에서 열린 '제20회 바른목회 균형신학 세미나'에서 강의하고 있다. 한국교회지도자센터 제공


창립 119주년을 맞은 포항제일교회(박영호 목사)는 7년 전 새로운 담임목사를 청빙하는 과정에서 당회가 결정한 사항이 공동의회에서 부결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당시 당회는 교회 앞에 사과하고 서열순이 아니라 투표를 통해 청빙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했다. 전통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던 교회가 처음으로 공정하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첫 사례였다.

새로운 청빙위원회를 통해 교회에 부임한 박영호 목사는 “카리스마 있는 목회자나 실세 장로가 전권을 쥐는 리더십에도 효율성이 있기는 하나 미래 교회상으로는 부족하다”며 “이제는 목회자와 당회가 성도들의 여론을 섬세하게 살피고 다각도로 경청하면서 교회를 이끄는 진정한 ‘대의정치’가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지도자센터가(한지터·대표 박종순 목사)가 10일 개최한 ‘제20회 바른신학 균형목회 세미나’에서 포항제일교회와 같은 효율적인 소통과 의사결정 사례가 소개됐다. 전날부터 경기도 여주 마임비전빌리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는 다양한 세대가 모인 교회에서 공정한 의사결정을 위한 민주적 절차의 필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포항제일교회가 조금씩 이어가던 노력이 열매를 맺은 것은 코로나19 기간이었다. 박 목사는 “당시 예배와 모임에 관한 상황은 전담팀에게 위임했다. 전문가인 의사도 세 명을 포함해 대처하면서 모범적인 교회로 꼽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달라진 교회 상황에 따라 지역별 교구를 연령별 공동체로 바꾸는 변화의 과정에서 목적과 방향을 성도들에게 소상히 알리는 등 소통을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며 “사역할 능력은 있으나 장이 없었던 남성 리더들이 활동할 공간이 생겼고 전원 남성이던 교구 사역자에 여성이 늘어난 것도 중요한 변화”라고 소개했다.

엄상일 고향교회 목사는 화목한 교회를 위한 목회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엄 목사는 “목회자는 성도의 의견을 잘 경청함은 물론 명확하고 구체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성도들이 교회의 방향성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며 “또 정기적인 회의와 비공식적인 소통 시간을 활용해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종순 목사가 지난 9일 경기도 여주 마임비전빌리지에서 열린 '제20회 바른목회 균형신학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국교회지도자센터 제공


박종순 목사는 “성경 안에는 하나님과 소통의 문을 연 사람들, 불통의 벽을 허물고 소통의 집을 지은 사람들 얘기로 가득하다”며 “하나님과 소통을 우선순위로 하고 소통사회 소통교회 소통가정을 만들어가자”고 격려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