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말라위 교육현장

입력 2024-09-11 12:45 수정 2024-09-13 13:46
10일(현지시간) 말라위 음페레레 지역의 만캄바 초등학교를 방문한 이형기(왼쪽 두번째) 덕양중앙교회 목사와 한민수(맨 오른쪽) 불로교회 목사가 만캄바 학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은 빈말이 아니었다. 10일(현지시간) 오후 말라위의 수도 릴롱궤에서 북동쪽으로 120㎞ 떨어진 음페레레 지역의 만캄바 초등학교를 찾았을 때 마을 주민들과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이 학교는 금산제일교회가 2021년 후원해 지어졌으며, 현재 1~8학년 512명 학생이 배움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이형기(왼쪽) 덕양중앙교회 목사와 한민수 불로교회 목사가 10일(현지시간) 말라위 음페레레 만캄바 초등학교 교실에서 돌로 된 칠판을 가리키고 있다.

교실 곳곳에는 배움의 흔적이 가득했다. 돌로 만든 칠판에는 영어 문장들이 가득 쓰여 있었고, 교실 벽면에는 소득세율 계산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종이가 부착돼 있었다. 특히 기독교 과목이 필수 과목으로 지정돼 학생들에게 성경 교육, 예수님의 생애와 가르침, 크리스천의 신앙생활 등을 가르치고 있다. 맥스웰 카프렘(39) 교장은 “월드비전과 금산제일교회의 도움으로 좋은 시설에서 학생들이 교육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시험 응시료를 제외하고 모든 교육은 무료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특히 학교 안에는 7명의 교사가 거주할 수 있는 건물이 4개 지어져 있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시골 마을에는 교사들이 도시에서 출퇴근할 수 없기 때문에 교사들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양질의 교사들을 유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음페레레 지역 마칸다 초등학교는 교사들을 위한 거주시설이 없어 선생님이 부족한 상태다.

말라위는 조혼과 에이즈 확산이 여전히 큰 사회문제로 남아 있다. 20~25세 여성 중 상당수가 18세 이전에 결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어린 여성들이 성매매에 내몰려 에이즈 감염 위험이 높은 실정이다. 김완식 월드비전 인천경기지부 참여나눔팀장은 “월드비전이 말라위에서 교육사업을 적극 전개하는데는 어린 소녀들을 학교에 보내야 조혼을 막을 수 있고 에이즈 예방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말라위 공립 촐레초등학교 교실 내부. 오래된 벽면에 낡은 책상과 의자들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월드비전이 세운 학교와는 달리 정부가 설립한 학교는 지원이 끊겨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학생을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공립인 촐웨초등학교에는 1~8학년 1212명의 학생이 등록돼 있는데 교실이 단 4개밖에 없어 일부는 인근 교회나 나무 아래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교실 창문은 깨져서 사라진 지 오래됐고, 책상과 의자는 매우 낡은데다 턱없이 부족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떨어지고 중도탈락률은 높아지고 있다.
토니 무완자(52) 촐웨초등학교 교장은 “정부의 지원이 전혀 없어서 교육자재가 부족하고 교육의 질도 낮다”며 “커뮤니티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아이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월드비전이 지원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음페레레(말라위)=글·사진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