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학교가 기독교사 뽑지 못한다” 교계, 사학법 재개정 촉구

입력 2024-09-11 11:41 수정 2024-09-11 22:36
기독 학부모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한국교회총연합과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긴급 성명 발표 자리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사학법)으로 기독교 학교의 교원 임용권이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교계가 “사립학교 교원임용의 자주성과 기독교 학교의 신앙적 교육권 등을 보장해야 한다”며 사학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내년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의 우려를 전하면서 10·16 서울특별시교육감 보궐선거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대표회장 장종현 목사)과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이사장 이재훈 목사)는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신앙적 교육권 보장을 촉구하는 한국교회 긴급 성명서’를 발표했다. 기독교 학교의 교원임용권을 회복하고 신앙적 교육원의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날 자리에는 김운성(영락교회) 김은호(오륜교회 설립) 오정호(한교총 공동대표회장) 윤재희(전 숭실고 교장) 이재훈(온누리교회) 목사와 박상진(한동대) 함승수(명지대) 교수, 최재형 전 국회의원,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기독사학 대표단과 기독학부모 등 1000여명이 함께했다.

기독 학부모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한국교회총연합과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긴급 성명 발표 자리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쟁점 법률 조항은 사립학교법 제53조의2(학교의 장이 아닌 교원의 임용) 제11항이다. 법률에 따르면 ‘교원의 임용권자는 제10항에 따른 공개전형을 실시할 때에는 필기시험을 포함하여야 하고, 필기시험은 시·도 교육감에게 위탁하여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독대안학교 등 사립학교가 신규교사를 임용할 경우 1차 필기시험을 교육청에 위탁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종교 가치관·건학이념 등에 부합하지 않거나 심지어 이단·사이비 단체에 소속한 교사도 기독교 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교총 공동대표회장 오정호 목사는 “기독교 학교는 대한민국 근대 교육의 초석이자 항일 구국 운동과 민족 교육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역사의 고비마다 사회 정의와 인권 신장을 이끄는 교육의 기준을 세워 왔다”면서 “그러나 지난 21대 국회에서 개정된 사학법은 기독교 학교의 교원 임용권을 제한함으로써 기독교 학교가 오랫동안 지켜온 교육적 사명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정호 한교총 공동대표회장이 사학법 재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오 목사는 “한교총과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는 새롭게 선출된 서울시 교육감에게 교육의 자주성과 선택권이 보장되는 교육 체제를 마련할 것을 요청한다”며 “기독교 학교가 그 건학 이념에 따라 기독교적 가르침과 가치를 전하고, 다음세대를 올바르게 양성하기 위해 자주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교육 당국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선 한국기독교학교연합회 이사장은 기독교 학교가 직접 건학이념에 부합한 교원을 임용할 수 있도록 자주성 보장을 강조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학교의 정교사 임용이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원 임용의 위탁 예외 조항’을 명시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시행령(대통령령) 제21조 개정을 요구한다”며 “사립학교 교원 임용의 자주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도록, 학교와 학생들의 피해가 더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촉구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내년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해 졸업하는 제도다. 입시와 무관한 과목인 종교 교육이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인 것이다. 종교교육의 축소가 곧 기독사학의 정체성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꿈이있는미래 이사장인 김은호 오륜교회 설립목사는 “건학이념은 사립학교의 존립 목적이며 기독교 학교와 같은 종교계 사립학교는 건학이념 구현을 위한 종교 수업을 필수 과목으로 개설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는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당연한 권리일 뿐 아니라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적 권리라는 점에서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정호(가운데) 한교총 공동대표회장이 사학법 재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10·16 서울특별시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교육감에 대한 당부의 발언도 나왔다.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이사장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는 “서울시 교육감은 관내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까지 모든 교육 정책을 총괄하며 교육의 내용과 기독교 학교의 1차 교원 임용권까지 갖고 있다”며 “교육의 선택권과 자주성 그리고 다양성 실현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보완 등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정책을 한국교회와 성도들 앞에 밝혀줄 것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