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으로 메마른 땅 남아프리카 ‘말라위’에 첫 발을 내디딘 건 2002년 8월 31일. 월드비전 긴급구호팀과 함께한 ‘글로벌 호프 캠페인’ 취재 여정이었다. 파종할 씨마저 말라버린 상황에서 굶주리며 나무 열매로 연명하던 곳. 배고픔으로 울부짖는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는 현실을 속수무책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어른들. 혹독한 가뭄과 기근에 시달리던 말라위를 22년만에 지난 10일(현지시간) 월드비전팀, 이형기 덕양중앙교회 목사, 한민수 불로교회 목사와 함께 다시 찾았다. 말라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말라위의 수도 릴롱궤에서 북동쪽으로 120㎞ 떨어진 음페레레 치소소 마을.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거대한 식수저장탱크가 눈에 들어왔다. 깨끗한 지하수를 길어올려 마을 주민들의 식수와 밭 농사를 위한 농업용수로 사용할 물을 저장하는 시설이다. 한국월드비전이 식수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원해 설치한 것이다.
건너편 마을에 설치된 수돗물 식수대(water kiosk)는 만성적인 가뭄에 시달려온 말라위 주민들에게 생명줄과 같다. 4개 수도꼭지가 달려 있는 이곳에서 마을 주민들은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고 있다. 치소소 마을에는 이런 수돗물 식수대가 7곳에 설치돼 있다. 이를 통해 주변 1.5㎞ 반경에 있는 1500명가량의 주민들은 물 걱정 없이 생활하고 있다. 노약자들이 식수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경사로(barrier free)를 만들어 놓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지난 2022년 9월 30일 한국월드비전이 기부한 식수대를 마을 주민들이 현재 자조위원회를 만들어 유지·보수하고 있다. 찰스 조삼 말라위&빌리지 워터 뱅크 위원장은 “해마다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으나 월드비전의 도움으로 수돗물 식수대를 설치한 이후 우리 마을은 물이 풍부한 곳이 되었다”고 말했다.
치소소 마을에는 옥수수, 밀, 사탕수수 등을 재배하는 밭이 곳곳에 있다. 식수개발사업으로 안정적인 물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파이프 라인으로 관개수로를 만들어 12㏊에 달하는 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레지나 토무 월드비전 관개수로 책임자는 “주민들이 밭에서 수확한 곡물과 채소를 자급하고 남는 것은 팔 수 있어 소득증대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라위에는 아직도 물을 얻기 어려운 곳이 많다. 치소소 마을을 떠나 산 속 비포장도로를 40여분 달려서 도착한 음체라 마을. 해발 450m 고지대에 위치한 이 마을 주민 600여명은 물을 길어오기 위해 샘물이 있는 계곡까지 가파른 내리막길을 오르내려야 한다.
특히 물을 긷는 일은 주로 여성들의 몫이어서 임신부나 아이를 안은 엄마들도 물을 길으려고 힘겹게 이 길을 다니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날은 이 길이 질퍽해져 미끄럽고 위험하다. 말라위 월드비전 관계자는 “민간 식수개발 업체들이 4번이나 이곳을 다녀갔으나 개발을 포기했을 정도로 열악한 곳이다. 주민들은 월드비전이 개입해서 식수를 개발해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음페레레(말라위)=글·사진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