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인 바이블] ②환경 문제, 선교 목표로 삼을 때 고민할 점들

입력 2024-09-11 08:17 수정 2024-11-05 20:10

오늘날 인류가 처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생태계 파괴 문제다. 생태계 파괴는 단순히 여기서 끝나지 않고 결국 그 안에 있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의 생명을 불행으로 몰아넣는다. 이같은 이유에서 기독교인은 하나님께서 주신 피조세계를 맡은 청지기로서 창조세계를 잘 관리하고 보호해야 하며 그 안에 있는 모든 피조물 또한 잘 보살필 의무가 있다. 하지만 환경 문제를 기독교인의 대사회적 과제 또는 윤리적 책임으로 인식하지 않고 선교적 책임으로 수용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장점보다는 문제점을 지닌다.

환경 문제를 선교의 목표로 삼는 것은 선교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해 선교의 집중력과 효율성을 약화할 위험성이 있다. 오늘날 논의되고 있는 창조질서 보전의 문제는 환경 돌봄을 넘어 모든 피조물의 생명 살림으로 확대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생명 살림의 과제는 매우 광범위하고 어려운 주제이며 현재 유엔이나 세계 모든 국가가 매달리면서도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다. 이 어려운 과제를 윤리적 목표가 아닌 선교 목표로 삼고 나가면 교회는 창조질서 보전 사역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교회만이 할 수 있는 복음 전도 사역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칼 브라텐은 이처럼 선교의 폭을 무한대로 넓히려는 시도에 대해 “모든 일을 다 선교에 포함한 결과 선교의 의미는 인플레이션을 마주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선교 핵심인 전도가 교회 활동의 눈사태 속에 파묻힐 것이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둘째는 만유구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의 문제다. 만유구원이란 모든 피조물이 구원에 포함된다는 관점이고 이 만유의 범위에는 자연스럽게 인간도 포함되므로 결국 만인 구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관점이다. 최근 창조신학 기조는 “창조세계 생명과 하나님의 생명은 서로 엮여 있다”면서 “두 생명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하나님은 창조 사역을 완성하고 모든 피조물을 다 구원으로 이끄실 것”이라는 은근한 만유구원의 경향을 표현한다. 그런데 이 관점에는 최후의 부활, 심판, 지옥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하나님이 다 창조하셨으니 결국 모든 것을 구원하신다는 긍정적 뉘앙스를 준다. 천국과 지옥을 말하는 복음전도가 무의미해지거나 갈등을 일으켜 평화를 공존하는데 지장을 주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더욱이 종교다원주의 등으로 흐를 수 있는 위험성이다. 창조질서 보전의 과제 앞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에큐메니컬 관점은 다른 종교인을 창조보전 선교를 위한 동역자로 인식한다. 물론 다른 종교에도 선의 부분이 일정 부분 존재하지만 하나님과의 생명적 관계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다(요 1:12). 그런데 에큐메니컬 진영 등은 창조질서보전이라는 목적을 위해 빛과 어둠의 구분보다는 동역 관계에 더 초점을 두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종교다원주의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며 종국에는 구원을 위한 전도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위와 같은 여러 이유로 창조질서보전과 같은 과제는 교회의 대사회적 과제 또는 윤리적 책임으로 보고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승오 교수는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과 미국 풀러신학대 선교대학원을 마쳤다. 필리핀 선교사로 활동했고 현재는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과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리=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