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의 맹활약에 힘입어 오만전에서 이기며 국가대표팀 사령탑 복귀 첫 승리를 거둔 홍명보 감독이 승리 요인에 대해 “후반전 변화된 전술에 선수들이 잘 따라 줬다”고 평했다.
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0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2차전에서 황희찬(울버햄프턴)의 선제골과 손흥민의 결승 골, 주민규(울산)의 쐐기 골을 엮어 오만에 3대 1로 승리했다. 특히 ‘주장’ 손흥민은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승리를 견인했다.
2014년 지휘봉을 내려놓은 후 10년 만에 다시 선임된 홍 감독 체제로 꾸려진 대표팀의 첫 승이다. ‘약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홈에서 치른 1차전에서는 0대 0 무승부에 그쳤다. 선임 과정의 공정성 논란 속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데다 팔레스타인전의 충격적인 무승부로 사면초가에 몰렸던 홍 감독은 원정에서 거둔 귀중한 승리 덕에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홍 감독은 이날 경기 이후 기자회견에서 “어려운 경기였다. 승리를 거둔 우리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후반전 동점 상황에서 승리를 위해 전술적 변화를 줬고, 선수들이 잘 대응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준비한 대로 잘 됐다. 득점도 마찬가지”라며 “훈련한 시간에 비해 전체적으로 다 좋았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반 10분 황희찬의 선제골 이후 오만에 점차 경기 주도권을 내주며 동점골까지 허용한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전 때 보여준 전술적 문제가 다시 나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홍 감독은 전반적인 라인이 내려온 게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홍 감독은 “전반전 말미에 조금 처진 느낌이 있었는데 실점까지 했다. 실점하지 않고 전반을 마쳤어야 했는데 아쉽다”며 “수비 위치가 전체적으로 좀 내려가다 보니 상대에 공격 상황을 너무 쉽게 줬고, 볼이 계속 우리 진영에서 놀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후반전엔 (전반적으로 라인을) 올려서 선수들이 전술적으로 잘 수행했다고 본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1차전에서 황희찬을 교체 카드로 투입했다가 이날은 2선 중앙에 배치한 데 대해서는 “우리 팀의 가장 장점인 손흥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이 같이 경기를 많이 한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었다”면서 “황희찬은 팔레스타인전에서 아주 좋은 모습을 보였고, 2차전을 준비하는 자세도 아주 좋았다. (선제골은) 충분히 얻을 만한 결과였다”고 치켜세웠다.
이날 승리로 한숨 돌린 홍 감독이지만 여전히 안심할 때는 아니다.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다음달 A매치 기간 월드컵 3차 예선 3·4차전(10일 요르단과 원정경기·15일 쿠웨이트와 홈경기)을 앞두고는 국회에 출석해야 할 전망이다.
이미 문화체육관광부가 홍 감독 선임 과정의 적절성 등을 들여다보겠다며 감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오는 24일 현안질의에 홍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등을 증인으로 불러들이기로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