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쌀 부족 심각… 기어이 발생한 햅쌀 90㎏ 도난 사건

입력 2024-09-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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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쌀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에서 햅쌀 90㎏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농가의 사설 방범 대책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쌀값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방송 NTV(니혼TV)는 10일 “니가타현 조에쓰시에서 갓 수확한 고시히카리 현미 3포대, 총 90㎏ 분량을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며 “도난은 지난 9일 밤부터 이날 오전 5시30분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NTV는 “니가타현에서 쌀 도난 신고가 접수된 것은 올해 처음”이라며 “경찰은 창고의 잠금장치를 강화하고 방범용 CCTV를 설치하는 등 도난 방지 대책을 농가에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니가타현은 고시히카리의 산지다.

일본에서 올해 쌀 품귀 현상은 ‘레이와 쌀 소동’으로 설명된다. 레이와는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한 2019년부터 적용된 연호다. 일본은 30년 전인 1993~1994년에도 냉해로 인한 쌀값 폭등을 경험했는데, 당시에는 ‘헤이세이 쌀 대란’으로 불렸다.

올해 일본의 마트·슈퍼마켓에서는 쌀 진열대만 비어 있을 만큼 수급난이 심각하다. 일부 점포는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23년산 쌀 생산량은 전년 대비 37% 감소한 32만t으로 집계돼 최근 16년 만에 최저치로 나타났다. 올해에는 폭염과 태풍에 따른 작황 부진, 외국인 관광객 증가, 일본 기상청의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거대 지진 주의)’ 첫 발령에 따른 물량 확보 등이 쌀 수급난을 부추겼다.

쌀 품귀 현상이 계속되자 가격도 치솟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니가타현에서 생산된 고시히카리 60㎏의 7월 도매가는 2만8050엔으로, 헤이세이 쌀 대란 당시인 1994년 7월 5만2500엔 이후 가장 높았다.

니가타현의 쌀 도난 사건은 농가의 방범 비용을 높여 소비자에게 가격 상승을 전가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졌다. 소셜미디어 엑스의 한 일본인 이용자는 도난 뉴스를 공유하며 “농가에서 도둑 때문에 관리 비용이 더해지면 결국 쌀값을 올리게 될 것”이라며 “이런 시기에 쌀 도둑질은 악질적인 민폐”라고 지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