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사모로 만족하라’ 차별 극복… “100번째 투쟁의 목소리 들어보세요”

입력 2024-09-10 15:30
여성 신학자들이 10일 서울 중구 공간 새길에서 열린 '한국여성신학' 100호 발간 좌담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44년 전 핍박받던 교회 안팎의 여성을 위해 투쟁하고 여성 신학을 정립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여신학자협의회(여신협·공동대표 강현미 신혜진 박사)는 1990년 ‘한국여성신학’지를 창간했다. ‘한국여성신학’은 여신협이 그동안 해온 여성 신학 확장을 비롯해 호주제 폐지 운동, 신학교에 여성 신학 과목 신설, 여성안수 운동 등의 활동을 고스란히 담은 역사이자 여성 신학자들의 목소리였다.

‘한국여성신학’이 오는 12월 100번째 결과물을 발행한다. 여신협은 10일 서울 중구 공간 새길에서 ‘지나온 100호, 나아갈 100호’ 좌담회를 열고 ‘한국여성신학’의 발자취와 열매를 함께 나눴다.

여신협이 발간하는 '한국여성신학' 창간호(왼쪽)부터 현재까지 변천사.


1년에 두 차례 발간하는 ‘한국여성신학’은 ‘새 하늘 새 땅을 여는 설교·성서연구’ ‘연구논문’을 비롯해 여성들의 잔잔한 간증을 담은 ‘나의 이야기’ 등 다양한 코너로 구성됐다. ‘현장의 소리’ ‘교계 여성 소식’ 등 사역지의 생생한 이야기도 담겼다. 초기에는 50여쪽 내외 격월지였으나 100쪽의 전문 여성지로 성장했고 지금은 200쪽에 달하는 신국판으로 출판되고 있다.

‘나의 이야기’ 코너에는 초창기 억압받던 여성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주체적으로 변화해가는 모습이 담겼다. 이난희 박사는 “여성 신학을 접하고 배우면서 자신의 더 나은 삶과 사회 변화를 위해 활동하는 ‘성장하는 주체’,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성평등과 해방의 길을 시도하고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주체’, 기존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등 다양한 제약 속에서도 자신의 삶에서 최선의 것을 얻기 위해 해결해 나가는 ‘협상하는 주체’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남성 중심 성경 해석을 여성의 관점으로 다시 바라보거나 성경 속 여성을 재조명하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에스더서는 단순히 아름다운 여주인공과 악한 남성 고위 관리자의 갈등이 아니라 인간의 권력 물질 성의 욕구에 대항하는 약자들의 정의구현 이야기였다. 고린도전서 11장에서 바울이 여성들에게 ‘머리쓰개’를 권하는 것은 사실상 모호한 표현이라 여성 활동에 제재를 가하는 목적을 함축하고 있었다는 등 여성 신학자들의 연구를 널리 알렸다.

김순영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이사장은 “여신협은 ‘여성은 목사 사모로 만족하라’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자유’를 얻기 위해 노력했으며 왜곡된 성서해석과 하나님의 이미지를 바로 잡으려는 사명을 가지고 온 힘을 쏟았다”며 “앞으로 여신협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여성들의 존엄성을 완전히 회복하고 성령의 능력 안에서 남성 중심적 가부장성을 뿌리 뽑는 주춧돌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격려했다.

글·사진=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