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한국교회, “다음세대 아닌 다음시대 준비해야”

입력 2024-09-09 19:15
콘퍼런스 참석자들이 9일 경기도 성남시 만나교회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강의를 듣고 있다. 성남=신석현 포토그래퍼

한국교회가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노년과 가정, 생애주기 교육이 제시됐다. 또 ‘다음 세대’가 아닌 ‘다음 시대’를 준비하며 다음 시대를 살아갈 모든 세대의 사람들이 연결돼 성장하는 사역 모델도 제시됐다. 노년과 부모세대(가정)를 통해 교회가 생애주기 교육을 실천하고 모든 세대가 연결돼 함께 나아가는 교회 모델이다.

가정사역단체 가정의힘(더펠로우십 (재)한국IFCJ 교육분과·위원장 단혜향)과 공익신탁 내일이 더 강한 교회(실행위원장 우창록 변호사, 실행위원 김병삼 이규현 이영훈 목사)는 9일 경기도 성남시 만나교회에서 목회자 세미나 ‘2024 가정의힘 생애주기 리더십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주제는 ‘모든 세대를 향한 담대한 희망’으로, 지용근 목회데이터연구소 대표가 생애주기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김기철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신형섭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가 강의를 맡았다.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와 단혜향 독수리기독학교 교장도 메시지를 전했다.

김병삼 목사가 9일 경기도 성남시 만나교회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성남=신석현 포토그래퍼

김병삼 목사는 “목회현장에서 바라봤을 때 한국교회의 역동적인 교회들을 보면, 내세우지 않고 자각하지 못할지라도, 특징이 있다”면서 “바로 교회 안에서 교회학교와 청년세대, 장년세대, 노인세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그러면서 “우리는 그동안 노년세대를 희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교회에 변혁을 가져오는데 있어 걸림돌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는 노년세대가 역동성을 갖고 노년세대가 전 세대와 연결되며 신앙을 전수하는 것이 교회의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며 우리는 이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가 가정 내 ‘신앙교사’로서 믿음의 가문을 이어가고 가정 내 신앙문화를 만들기 위한 실천사항도 제안됐다. 신앙 중심적인 가정이 될 것, 정기적으로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것, 예배의 즐거움을 알려줄 것, 거룩한 하나님의 마음으로 자녀들을 축복하고 기도할 것 등을 아우른다.

지용근 대표가 9일 경기도 성남시 만나교회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성남=신석현 포토그래퍼성남=신석현 포토그래퍼

한편 가정의힘이 공개한 생애주기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한국교회 내 노년의 영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의힘이 지난 2~3월 전국 만 18세 이상 개신교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국교회의 각 세대가 지닌 신앙과 생활의 실제적 필요와 관심사를 조사한 결과, 모든 세대를 통틀어 ‘교회에서 가장 받고 싶은 교육’ 1위로 ‘노년의 영성과 삶의 의미’(23.9%)가 꼽혔다. 2위까지 합산하면 ‘노년의 영성과 삶의 의미’를 가장 받고 싶은 교육 중 하나로 꼽은 비율은 41.3%에 달한다.

또 노년층에 대한 시선이 바뀌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늙어가는 것(age-ing)을 볼품없게 바라보는 것이 아닌, 거룩해지는 것(sage-ing)으로 바라봐야한다는 것이다.

김기철 교수는 ‘노년의 재발견과 영적 회복이 희망이다’를 주제로 “우리 사회는 서로의 나이에 많은 관심을 가지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 나이에 큰 관심도 없으실 뿐더러 특정 나이에 대해 특별한 배려도 차별도 없으시다”면서 “우리도 이를 기억하며 신앙 안에서 나이를 잊고 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나이가 들며 노화 현상과 함께 찾아오는 육체적 심리적 영적 상실을 겪을 때 노년층은 점차 자신의 고유함과 고귀함을 잃어가기 쉽다”면서 “그러나 젊은 시절 관심 가지고 집중했던 것들이 점점 볼품 없어질 때, 빛바래고 낡아서 찢어진 포장지 틈새로 그 보물을 들여다볼 수 있다. 노화란 포장지에만 머물러 있던 시선이 점차 보물에 머물듯, 몸이 볼품없어질 수록 자신 안의 아름다운 보물인 참된 정체성을 눈여겨보고 영적 가치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IFCJ 이사장인 윤마태 목사는 “코로나 팬데믹은 무너진 가정의 신앙 기능을 확인하고 다시 성경적인 가정을 회복하라고 주신 하나님의 특별한 프로젝트였다”며 “생애주기 사역의 원리와 방향성, 중요성 및 실천 사례를 공유하고 모든 세대가 연결돼 성장하는 사역모델을 소개하는 이번 콘퍼런스가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한국교회에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철 교수가 9일 경기도 성남시 만나교회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성남=신석현 포토그래퍼

성남=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