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복음주의 신학자들로 구성된 ‘세계복음화를 위한 한국복음주의신학 교수일동’이 9일 서울 동작구 CTS 빌딩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22일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제4차 로잔대회’를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동성애와 혼합주의적 성령운동에 대한 경계도 함께 요청했다.
박용규 총신대 명예교수는 취지 설명에서 “로잔운동 5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로잔대회가 열리는 것은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에 기여할 중요한 시기”라며 “한국교회가 1974년부터 이어온 로잔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세계선교 사명을 감당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1974년 10월 스위스에서 열린 ‘1차 로잔대회 세계복음화대회’는 한경직 조동진 김준곤 목사를 비롯한 65명의 한국교회 복음주의자들이 참석했다. 그 이후로 한국교회에는 ‘1974 엑스플러74’ ‘1977년 민족복음화대성회’ ‘1980년 세계복음화대성회’ ‘1984년 한국선교100주년 기념회’와 같은 부흥운동이 이어졌다.
이날 모임에서는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한국개혁신학회(회장 이경직) 등 8개 기관과 136명의 국내 신학자들이 제4차 로잔대회를 지지하는 성명서가 낭독됐다. 성명서를 발표한 이은선 백석대 교수는 “1974년 제1차 로잔대회 이후 로잔운동은 지난 50년간 세계복음화와 복음주의 신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고 특히 1970년대 이후 한국교회의 성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2024년 9월 한국 송도에서 열리는 제4차 로잔대회는 한국교회에 큰 축복”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제4차 로잔대회는 종교다원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 속에서 성경의 무오성과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지속해서 강조해야 한다”며 “성 정체성 문제에 있어 성경적 창조질서에 따른 결혼관을 지키고 동성애와 동성결혼은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로 이를 명확히 선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로잔운동은 사도행전에서 나타난 성령의 역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되, 성경을 벗어난 혼합주의적 성령운동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한 숭실대 명예교수는 “한국교회 내 일부 세력이 로잔대회를 반대하는 안타까운 현실도 있지만 우리는 기독교 전통을 만드는 교회사의 흐름에 참여한다는 거시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른 신학을 가진 전통주의자들이 근본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 분리주의적이고 상대를 정죄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총신대 명예교수는 로잔대회의 선교학적 기여를 강조하며 “로잔대회는 서구교회 중심의 선교 개념을 넘어, 특정 문화에 종속되지 않고 초문화적이며 절대적인 복음의 가치를 통해 모든 문화를 변화시키는 선교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의 관계에 대해 “말씀과 성령이 함께 역사하듯 복음전도와 삶의 현장에서의 실천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WCC의 ‘미시오 데이(Missio Dei)’처럼 지나치게 사회 구원에 치우친 개념은 잘못됐다”며 “사회적 책임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복음전도의 우선권과 중요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그는 “지역악마와 영적 지도 그리기, 신사도 운동 등 잘못된 성령운동이 로잔대회에서 나타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발언을 맡은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 박형용 교수는 “66권 성경이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임을 믿는다면, 교회나 단체는 이를 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로잔대회는 하나님의 구속계획을 이해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그의 아들을 통해 구속계획을 성취하시고 교회를 세워 복음을 땅끝까지 전파하려는 것이 하나님의 큰 구속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로잔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한국교회에 주어진 하나님의 축복”이라며, “이런 대회가 열릴 때 주변 상황이 많이 변화할 수 있고, 2000년의 역사가 하나님의 뜻과 다르게 흐를 수 있다는 점도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비판하는 이들은 지엽적인 문제를 가지고 비평하지만 우리는 로잔대회를 격려하고 성공적으로 치르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인간이기에 잘못된 표현이 나올 수 있지만 그런 부분은 바로잡고 경계하면서 바른 개정안이 나오도록 지지하고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