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 현장에서 겪는 아픔과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역자가 생긴 것.”
9일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천영태 목사)에서 만난 주정일(50) 목사는 ‘감리교 3040목회자 부부 리트릿(리트릿)’을 통해 동료를 얻었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사랑인교회 7년 차 목회자인 주 목사는 유지혜(41) 사모와 3년째 리트릿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기독교인들이 가진 ‘작은교회’, ‘개척교회’라는 오해와 편견으로 상처받을 때가 많았다”며 “이곳에서 선배, 개척교회 목사님과 소통하면서 위로 받아 행복한 목회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정동제일교회는 2022년부터 다음세대 교회인 개척교회 3040 목회자를 초대해 이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있다. 교인들은 사순절 기간 커피 외식 등 절제한 비용을 절제헌금으로 모아 리트릿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교회는 3년을 한 기수로 운영하며 연 1회 목회자 부부 서른 가정을 초대한다. 3년 을 한 기수로 묶은 것은 지속적인 교류와 참가자 간 자발적인 관계 형성을 위한다는 취지다.
리트릿을 시작한 첫해 제주도에서 열린 행사는 목회자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한명수 우아한형제들 이사 등 외부 강사진을 초청했다. 지난해는 속초에서 리트릿을 개최하며 여러 목회자를 세워 다양한 사역을 경험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서울 도심 속에서 마련된 이번 행사는 기도와 집회 비중을 늘려 목회자의 신앙 재점검에 초점을 맞췄다.
천영태 정동제일교회 목사는 “현재에 있는 목회 현장이 내게 주신 가장 적합한 곳이라는 신앙고백이 있어야 한다”며 “우리 자리가 메마른 땅 같더라도 이를 기름진 땅으로 만드는 것은 기쁨”이라고 말했다. 그는 “목회를 하며 회의감이 드는 시기가 올 수 있다. 이때 기억할 것은 방법보다 방향이다”며 “목회 목적의 방향이 하나님께 가 있다면 목회 모습은 다양성의 문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코로나가 개척교회에 위기를 가져왔는가. 아니다.” 신도배 서울드림교회 목사는 이날 ‘교회가 맞이하고 있는 도전들’을 주제로 발표하며 목회자 부부에게 독려의 말을 건넸다. 신 목사는 “예수님 시대 기독교는 원래 가난했고 환영받지 못한 공동체였다”라며 “세상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교회를 그저 버텨낸다면 다음세대 교회가 다시 세워질 것이다”고 요청했다. 이어 “개인적인 영성을 쌓지 않으면 외로워질 수 있다”며 “하나님의 뜻과 내 뜻이 일치할 수 있도록 내적 영성을 계속 쌓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행사는 9일부터 11일까지 2박 3일간 진행돼 1기가 끝난다. 천 목사는 “1기가 도심 개척교회 목회자를 위한 리트릿이었다”며 “2기, 3기에는 농어촌 개척교회, 여성 목회자 개척교회 등 여러 형태의 다음세대 목회자 쉼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처음교회인 정동제일교회 역시 다음세대 목회자를 통해 도전과 열정을 배우는 귀한 시간”이라고 했다.
글·사진=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