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방점, 부흥 아닌 질적성장에 찍어야” 신앙고백모임포럼

입력 2024-09-09 17:00
이원규 감신대 명예교수가 9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에서 열린 신앙고백모임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 저출생, 축소사회, 고령화, 인공지능(AI)의 출현, 종교의 신뢰도 저하….

복합적 요인으로 한국교회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모양새다. 교계 전문가들은 “한국교회는 양적 쇠퇴를 겸허히 수용하면서 비움의 영성으로 더불어 공존하는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회가 기존 양적인 부흥에 방점을 뒀더라면 이제는 질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앙고백모임(회장 박은호 목사)은 9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이상학 목사)에서 ‘제6회 신앙고백모임포럼’을 개최했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예측해본다’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앞으로의 한국교회가 걸어야 할 방향성을 짚는 자리였다. 30여명의 목회자가 자리에 함께했다.

이원규 감신대 명예교수는 ‘절망과 희망의 기로에 서 있는 위기의 한국교회’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성혁명 산업화 등 세속화로 현저한 쇠퇴를 경험한 서양기독교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양적인 측면에서 한국교회의 미래는 밝지 않다”며 “모든 상황적 변화를 고려하면 한국교회의 양적인 쇠퇴를 성장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쇠퇴의 배경에는 사회상황이 반영된 상황적 요인과 목회자의 언행불일치, 배타적인 특성, 위선적인 모습 등의 교회적 요인이 있다”고 덧붙였다.

참된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나는 것이 한국교회가 가져야 할 희망적 미래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영성’(비우고 사는 것)과 ‘도덕성’ ‘공동체성’ 회복에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교회의 본질을 모색해야 한다”며 “오늘날의 모든 상황과 지표는 절망적인 한국교회 현신을 보여주고 있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이들을 모두 회복해 변화될 수 있다면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에서 열린 신앙고백모임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은 ‘한국교회 미래 예측과 회복을 위한 대안으로 AI의 역할’을 주제로 마이크를 잡았다.

최 소장은 “종교 인구 증감 추이를 살펴보면 2012~2014년을 기점으로 무종교인이 종교인을 넘어섰다”며 “한국사회는 점차 무신론이 지배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 소장은 “과거 우리가 얻었던 신앙의 긍정적인 분야는 잘 발췌해 유지해야 하지만,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요청, 시대적 소명을 통해 비전 리빌딩을 해야 한다”며 “AI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하나님이 주신 놀라운 능력 가운데 하나가 AI로 한국교회가 앞으로 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목회 등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신앙고백모임은 건강한 교회의 개혁과 갱신을 표방해온 단체로 에큐메니컬 정신을 실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