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사령관은 부대와 전장을 가리지 않는다.
한화생명e스포츠가 8일 경주 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2024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 최종 결승전에서 젠지에 3대 2로 역전승했다. 이날 승리로 2016년 서머 시즌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8년 락스 타이거즈를 인수해 한화생명e스포츠로 팀명을 바꾸고, 재창단한 뒤로 거둔 최고의 성과다.
우승까지의 프로세스에서 ‘우승 청부사’ 영입을 빼놓을 수 없다. 한화생명은 지난 연말 스토브리그에서 ‘피넛’ 한왕호를 영입했다. 그는 여전히 정상급 정글러로 평가받았지만 1998년생, 프로게이머로서는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 때문에 한화생명의 2년 계약 체결이 도박수로 평가받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 수는 신의 한 수가 됐다. 결국 한왕호는 이적 후 2시즌 만에 우승을 따내며 팀의 신뢰에 보답했다. 그가 2016년 서머 시즌, 타이거즈에서 시즌 첫 우승을 따냈던 것을 고려하면 8년 만의 금의환향이자 개선장군으로서의 귀향이다.
2024년의 한화생명은 ‘넛사령관’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스프링보다 나은 서머 시즌을 보냈고, 정규 리그보다 나은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3라운드 승자조에서 젠지에 0대 3으로 졌지만, 이후 결승 진출전에서 T1을 깨부순 데 이어 결승전에서도 젠지를 잡아내면서 정상에 올랐다.
한왕호는 이번 우승으로 그는 통산 7회 우승자가 됐다. ‘칸’ 김동하(6회)를 따돌리고 ‘페이커’ 이상혁(10회)에 이은 최다 우승 타이틀 단독 2위로 올라섰다. 한왕호의 위닝 멘탈리티는 값을 매기기 어렵다. 2023년 언더도그 포지션에서 T1을 잡고 젠지에 우승 트로피를 선물했던 그는 “딱 하루만 T1보다 잘하면 된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이번에도 역시 매치 전패를 기록 중이던 상대를 가장 중요할 때 한 번 꺾었다.
한왕호는 경기 후 인터뷰 석상에서 “우리 팀이 우승을 못 할 팀은 아니라고 줄곧 생각해왔다. 우승을 이뤄내 팀원들에게 감사하다. 팬분들의 응원 덕분에 끝까지 달릴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오랫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며 프로 생활을 할 수 있어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경주=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