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본 공영 NHK방송에서 갑자기 “센카쿠는 중국 땅”이라고 발언한 40대 중국인 직원이 방송 직전 ‘야스쿠니 신사 낙서’ 관련 뉴스 원고에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뉴스를 읽는 데 불만을 품고 돌발 발언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NHK 라디오 국제방송 등에서 뉴스를 중국어로 번역해 읽어주는 해당 직원은 방송 직전 야스쿠니 신사 낙서에 관한 뉴스 원고를 읽는 것에 반감을 드러냈다고 아사히신문이 8일 여러 NHK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는 문제가 된 지난달 19일 라디오 방송을 앞두고 ‘야스쿠니 신사에서 낙서가 발견돼 일본 경시청이 기물 손괴 혐의로 조사 중’이라는 뉴스를 다루는 데 저항했다고 한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직원은 “(그가) 설득을 받아들여 이해한 것처럼 보였다”고 NHK에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인 직원은 낙서 관련 뉴스를 읽은 뒤 중국어로 오키나와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제도에 대해 “중국의 영토”라며 약 20초간 원고에 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센카쿠는 양국 간 영유권 분쟁 지역이다. 한국인이 NHK 뉴스에서 “독도(또는 다케시마)는 한국 땅”이라고 말한 것과 같다. 다만 센카쿠는 독도와 달리 일본이 실효 지배를 하고 있다.
그는 “(야스쿠니) 낙서에는 ‘군국주의’ ‘죽어라’ 등 항의의 말이 쓰여 있었다”는 등 원고에 없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또 영어로 “난징 대학살을 잊지 말라” “위안부를 잊지 말라” 같은 과거사 관련 발언도 쏟아냈다.
방송 당시 현장에는 중국어를 이해하는 NHK 직원과 외부 디렉터가 있었다.
이 남성은 NHK와 위탁 계약을 한 단체에서 20년 넘게 일한 직원이었다. 계약서에는 국제 문제에 대한 일본의 공식 견해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을 포함해 NHK 국제 프로그램 기준을 준수하기로 명시돼 있었다고 한다. 남성은 해당 단체에서 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 관계자들은 이 남성이 최근 몇 년간 일·중 관계 악화로 양국 간 논쟁적 주제를 다루는 데 민감해져 있었다고 전했다. 불만도 표출해왔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일상적으로 일본 정부의 견해를 전달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NHK는 이 문제가 발생한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해당 직원이 원고를 읽은 지난 3개월간의 방송을 조사한 결과 다른 부적절한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NHK는 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어 뉴스를 사전 녹화로 전환하고 AI(인공지능) 아나운서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어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라고 아사히는 전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