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광주·전남에서 의정갈등 장기화와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응급실 뺑뺑이가 8개월 동안 139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평균 17건으로 이틀에 최소 한 번 이상 재이송이 이뤄졌던 셈이다. 더구나 대부분 응급실 전문의 부재가 원인으로 드러나 ‘의료대란’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 양부남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119 구급대 재이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20일까지 119 구급대로 환자를 이송했으나 병원 거부로 다른 병원으로 옮겨간 사례가 총 3436건으로 집계됐다.
재이송 사유는 전문의 부재가 1370건(39.8%)으로 가장 많았다. 환자를 적절히 치료해줄 전문의가 없어 촌각을 다투는 응급상황에서 다른 병원 응급실로 발길을 돌린 셈이다.
1차 응급처치 이후라서 489건(14.2%), 병상 부족 476건(13.8%), 환자·보호자 변심이 106건(3%)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광주·전남지역 재이송 건수는 광주 42건, 전남 97건 등 139건으로 집계됐다.
구체적 사유는 광주가 1차 응급처치를 해서가 21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문의 부재가 8건으로 파악됐다. 이어 환자·보호자 변심 3건, 병상 부족 2건 순이다.
전남은 전문의 부재가 33건이었으며, 1차 응급처치 30건, 기타 21건 등이다.
광주에서는 5일 오전 조선대 체육대 인근 벤치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여대생 A씨가 불과 100여m 거리의 조선대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치료를 받지 못 하는 일이 벌어졌다.
전문의가 다른 응급환자 수술을 하거나 돌보고 있다는 이유로 응급실이 이송을 외면했다. 결국 A씨를 태운 119구급차는 2㎞쯤 떨어진 전남대병원 응급실에 A씨를 옮긴 후 40여분에 임무를 마쳤다.
A씨는 심폐소생 등을 거쳐 맥박과 호흡이 돌아왔으나 여전히 위독한 상태다. 당시 조선대병원 응급실에는 응급구조학과가 아닌 외과 전문의 등 2명의 의사가 배치돼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는 “지원 근무를 나온 의료진이 다른 응급환자를 처치하던 중이어서 새 환자를 받을 여력이 없었고 적절히 치료도 하기 어려웠다”며 “의료진 판단에 따라 거리가 가까운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가도록 했을뿐 이송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