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제조·공급 일당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중국에서 범행을 지시한 주범 이모(27)씨는 따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고 현재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범죄단체가입·활동, 공갈미수,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마약음료 제조·유통책 길모(27)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보이스피싱 발신전화 변작 중계기 관리를 맡은 김모(40)씨와 범행에 쓰인 마약을 공급한 박모(37)씨는 징역 10년, 보이스피싱 조직원 모집책 이모(42)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이들은 지난해 4월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회’ 가장해 학생 13명에게 필로폰이 든 음료수를 건네고 실제 9명이 먹도록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음료를 마신 9명 학생 중 6명은 환각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의 음료는 중국산 우유에 필로폰을 섞은 조악한 형태였다.
이들은 마약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전화해 “당신 자녀가 마약음료를 마셨으니 수사기관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요구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학부모들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실제로 돈을 받아내지는 못했다.
1심은 “이 사건은 미성년자를 이용해 영리를 취득하려는 악질적 범죄와 보이스피싱, 마약 범죄가 결합된 것”이라며 “건전한 사회상식으로는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신종 범죄”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길·김·박·이씨에게 각각 징역 15년, 8년, 10년, 7년을 선고했다.
2심은 “사회적 폐해가 매우 커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길씨와 김씨의 형량을 각각 3년, 2년씩 높였다. 피고인들이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기각하고 형을 확정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