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한국 경상수지가 석 달째 흑자 기조를 이어가며 7월 기준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경상수지는 91억3000만 달러(약 12조1900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역대 7월 기준으로 지난 2015년(93억7000만 달러) 이후 9년 만의 최대 규모 흑자다. 다만 지난 6월(125억6000만 달러) 보다는 흑자 폭이 축소됐다.
4월 외국인 배당 증가 등으로 1년 만에 적자(-2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가 5월(+89억2000만 달러) 반등한 뒤 6월(+125억6000만 달러)에 이어 3개월 연속 흑자다.
1∼7월 누적 경상수지는 471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2억6000만 달러)과 비교해 419억1000만 달러나 많다.
7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84억9000만 달러)가 지난해 4월 이후 16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흑자 폭은 6월(+117억4000만 달러)보다 작았지만 지난해 7월(+44억3000만 달러)보다는 컸다.
수출(586억3000만 달러)이 1년 전보다 16.7% 늘었다. 지난해 10월 1년 2개월 만에 지난해 같은 달 대비 반등한 뒤 열 달째 증가세다.
품목 중에서는 반도체(50.1%)·정보통신기기(29.8%)·석유제품(16.8%)·기계류 및 정밀기기(14.3%)가 늘었고 지역별로는 동남아(27.4%)·중국(14.9%)·일본(10.0%)·미국(9.3%) 등으로의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반대로 승용차(-8.9%) 등은 뒷걸음쳤다.
수입(501.4억 달러)도 9.4% 증가했다. 석유제품(37.9%)·천연가스(23.5%)·원유(16.1%) 등 원자재 수입이 9.5%, 수송장비(121.1%)·반도체(16.3%)·정밀기기(15.2%) 등 자본재 수입이 11.9% 각각 늘었다. 승용차(58.3%)·가전제품(15.5%)를 비롯한 소비재 수입도 10.7% 불었다.
서비스 수지의 경우 23억8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적자 규모가 1년 전(-25억7000만 달러)과 비슷하지만 한 달 전(-16억 달러)보다는 커졌다.
서비스수지 가운데 특히 여행수지가 12억6000만 달러 적자였다. 내국인의 해외여행 증가로 적자 폭이 6월(-9억 달러)보다 확대됐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6월 27억1000만 달러에서 7월 31억5000만 달러로 늘었다. 한은은 “직접투자에 대한 배당 지급이 줄면서 흑자 폭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7월 중 110억3000만 달러 늘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43억3000만 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29억9000만 달러 각각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101억1000만 달러 불었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39억2000만 달러 확대됐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