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연(38·광주광역시청)이 ‘천적’을 상대로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지만 패럴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서수연은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탁구 여자단식(WS1-2) 준결승전 류징(36·중국)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2대 3(11-5 8-11 7-11 12-10 11-13)으로 졌다. 이로써 서수연은 복식 은메달 1개, 단식 동메달 1개를 얻고 대회를 마쳤다. 패럴림픽 탁구는 3·4위전 없이 준결승 진출자에게 동메달이 주어진다.
류징은 서수연에게 늘 아픔을 안기던 상대였다. 중요한 경기 때마다 우승 문턱에서 발목을 잡았던 선수다. 서수연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0 도쿄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류징에게 져 은메달을 땄다. 윤지유(24·성남시청)와 짝을 이룬 이번 대회 복식에서도 결승에 올랐지만 류징-쉐쥐앤 조에 져 금메달을 놓쳤다.
서수연은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1세트를 잡은 뒤 2~3세트를 내리 내줘 위기를 맞았지만 듀스 접전 끝에 4세트를 챙겼다. 최종 5세트에선 11-11로 또 다시 듀스 접전을 벌이다가 마지막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승리를 내줬다.
서수연은 “지금 몸이 조금 안 좋다. 계속 관리하고 잡아가면서 뛰었는데, 경기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며 “회전량도 마음대로 만들지 못했다. 자꾸 치면서 실수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결승에 올라가서 이겨서 울고 싶었는데 이렇게 됐다”고 덧붙였다.
웃는 얼굴이었지만 아쉬움을 완벽히 숨길 순 없었다. 그는 “류징은 혼자 독보적이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저를 포함한 다른 선수들이 올라오면서 실력이 비슷해졌다”며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충분히 넘을 만한 상대였다는 의미다.
패럴림픽 여정을 마친 서수연은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몸을 다시 만드는 게 먼저다”라며 “응원해주신 분들께 죄송하다. 더 좋은 선수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파리=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