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 ‘총회장 후보 자격 박탈’ 사태 어떻게 되나

입력 2024-09-05 16:13 수정 2024-09-05 16:21
5일 기독교한국침례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공개토론회 현장. 기침 제공

지도부 공백으로 난항을 겪는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가 오는 9일 제114차 정기총회를 앞두고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기침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지난 3일 총회장 후보인 장경동(대전중문교회) 이욥(대전은포교회) 목사에게 금품 수수 등을 이유로 후보자 결격 사유를 내린 이틑 날 이욥 목사가 기침 총회를 상대로 신청한 ‘후보등록거부결정 효력정지등가처분’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이에 기침 총회는 즉각 항소하기로 했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일련의 사건은 정기총회를 앞두고 수일 내 벌어진 일이다. 지난달 말부터 후보자의 찬조, 후원 내역 여부 등 후보자 검증에 나선 선관위는 지난 3일 두 명의 총회장 후보에게 ‘결격 사유’를 내리면서 기침 총회 분위기는 술렁이고 있다. ‘총회장 선거’ 없는 정기총회라는 초강수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튿날 반전 사건이 이어졌다. 선관위 결정에 맞대응한 이욥 목사가 기침 총회를 대상으로 신청한 ‘후보등록거부결정 효력정지등가처분’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 진 것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51민사부(판사 최항선 김영완)는 4일 결정문을 통해 “기침 총회는 제114차 정기총회 의장단·총무선거 제80대 총회장후보자 등록무효 결정의 효력을 정지한다”며 “채권자(이욥 목사)가 채무자(기침 총회)의 114차 총회장후보자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고 결정했다. 이어 “채무자 및 채무자 산하 선관위는 제80대 총회장 선거 시까지 채권자에 대한 총회장후보자 지위를 박탈하거나 대의원권을 정지시키지 못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판결 이유에 대해 “현재까지 제출한 자료만으로 채권자가 2021년 111차 정기총회부터 2023년 113차 정기총회에서 선거규정 및 운영 내규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설령 선거규정 및 운영내규를 위반했다고 보더라도 선관위가 별도의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114차 정기총회 후보자로 적법하게 등록한 채권자의 후보자 지위를 상실시킬 수 있다고 볼 만한 합리적 근거나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송기상 인천 숲으로교회 목사가 기침 총회를 상대로 신청한 ’총회장 후보(장경동 목사) 등록 효력정지 가처분’도 받아들여졌다. 장 목사의 총회장 출마가 사실상 힘들어진 것이다.

차성회 기독교한국침례회 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공개토론회에서 전날 법원의 판결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승현 기자

기침 선관위가 5일 서울 여의도 총회에서 개최한 선거 후보자 공개토론회는 차성회 선관위원장의 발언 외에는 이렇다 할만한 내용 없이 마무리됐다. 공개토론회지만 대의원은 거의 참석하지 않았으며 취재진의 질의응답 시간도 생략됐다. 법원 판결로 총회장 후보 자격을 회복한 이욥 목사는 불참했다.

차 위원장은 “선관위는 교단이 바로 세워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회중 중심으로 채택하는 공동체에서 법의 판단으로 대의원 판단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항소의 뜻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한 후보 측과 선관위가 대결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며 “선관위는 선거 업무의 주체임을 분명히 알고 있고 어떤 외압에 의해 절차가 생략되고 끌려가는 일은 아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기침 관계자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정황상 이욥 목사가 단독으로 총회장 후보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소송전 분위기에 반발하는 대의원들이 있을 수 있어 총회 현장에 가봐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글·사진=조승현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