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회보고서는 전자책” 총회에 ‘녹색 바람’ 분다

입력 2024-09-05 15:22 수정 2024-09-05 15:27
한국기독교장로회 총대가 지난해 9월 제108회 정기 총회에서 스마트폰으로 총회 보고서를 보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제공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의 정기 총회 보고서가 전자책으로 전환되고 있다. 총회 보고서는 총회 각종 위원회와 기관들의 1년 사업 보고와 수임 사항 결과 등 1000쪽 넘는 내용을 다뤄 ‘벽돌 보고서’로 불리기도 한다. 예산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녹색 보고서’가 한국교회 총회 전반에 확산될지 주목된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총회장 오정호 목사)는 총대들에게 이달 109회 정기 총회 보고서를 PDF(Portable Document Format) 파일로 제공한다고 5일 밝혔다. 합동 총회가 총회 보고서를 책자 대신 PDF 파일로 배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예장합동 총회 총무인 박용규 목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000페이지가 넘는 책자 1500여권을 제작하지 않게 되면서 예산 1300여만원을 절감했다”며 “환경 보호와 젊어지는 총대들의 연령대를 고려해 아이디어를 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총회 개회 10일 전에 모든 총대들에게 총회 보고서 파일을 전송할 계획”이라며 “두꺼운 책자는 총회 전 총대들에게 일일이 보내기 어려웠는데 PDF 파일은 그렇지 않다. 총대들이 정기총회 안건을 미리 살펴보고 오면 총회 회무 시간의 효율성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20쪽 안팎의 회무 요약 보고서는 종이책으로 준비된다.

종이책으로만 제작됐던 총회 보고서를 디지털 문서로 준비한 총회는 또 있다. 예장통합(총회장 김의식 목사)과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전상건 목사)는 지난해 9월 108회 정기 총회에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이철 목사)도 지난해 10월 행정 총회에서 총대들에게 총회 보고서를 전자문서로 배부했다. 다만 각 교단들은 전자문서가 익숙치 않은 총대들을 고려해 종이책 형태의 보고서도 함께 비치했다.

총대들의 전자문서 선호도는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올해 기장 총대들의 전자책 선택 비율만 봐도 지난해와 견줘 4배로 껑충 뛰었다. 기장 국제협력선교부장인 박성국 목사는 “이번 총회 보고서를 종이책자와 전자문서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총대 614명 중 308명이 전자책을 신청했다”며 “신청자 비율이 지난해 12%에서 올해 50%로 대폭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 총회에 공식적으로 헌의안을 제출해 총회 보고서 전량을 전자문서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 기감 행정기획실 이홍규 부장 역시 “지난해엔 총대 1500여명 기준 종이 보고서 500부를 출력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적은 부수로 준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아직 적지 않은 총대들에겐 전자책보단 종이 보고서가 익숙한 만큼 시행착오도 예상된다. 예장통합 총회 행정·재무처 고봉기 과장은 “이번 정기 총회에선 자료 접근성 제고를 위해 총대 개개인 명찰에 총회 보고서 QR코드를 첨부한다. 작은 글씨가 보이지 않는다는 민원이 있어 대화면의 터치스크린도 준비할 계획”이라면서도 “연령대가 높은 총대분들은 여전히 종이책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는 “총대 세대교체가 될 때 전자책도 널리 사용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예장백석 예장고신 예장합신 등 여타 주요 교단들은 올해 총회에서 종이책으로만 총회 보고서를 배부할 예정이다. 단 예장백석의 경우 희망자가 있다면 개별적으로 PDF 파일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현성 박윤서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