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앞에서 역사를 돌아본다” 한국감리교회사 펴낸 강흥복 목사

입력 2024-09-05 15:10
강흥복(앞줄 꽃을 든 이) 목사가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대한민국기독교원로의회를 비롯한 한국교회 원로들과 함께 한국감리교회사 출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망의 빗장을 산산이 깨뜨리시고 부활하신 주님께서 이 나라의 백성들이 얽매어 있는 굴레를 끊으사 그들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누리는 빛과 자유를 허락해 주옵소서.”(헨리 G 아펜젤러 선교사)

“만일 나에게 천 개의 생명이 있다면 그 생명 모두를 한국에 바치겠다.”(루비 R 켄드릭 선교사)

“나는 죽는 날까지 한국의 독립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호머 B 헐버트 선교사)

“오오! 하나님이여, 이제 시간이 임박했습니다. 원수 왜를 물리쳐 주시고 이 땅에 자유와 독립을 주소서.”(유관순 열사)

이 땅에 처음 복음을 전한 감리교 선교사와 독립운동에 나섰던 감리교인의 발언이다. 강흥복(79) 감독이 4년에 걸쳐 저술해 완성한 ‘교리와 장정과 한국감리교회사’(바울서신) 32쪽에 수록돼 있다. 1945년 8월 15일 충남 당진에서 해방둥이로 태어난 강 목사는 인천 제물포고와 감리교신학대를 거쳐 중앙대 대학원에서 한국사를 전공한 목회자이자 사학자다.

45년 목회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감리교회사를 다시 쓴 강 목사는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대한민국기독교원로의회 주최로 출판기념 간담회를 열었다. 강 목사는 원로의회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책은 기존 장로교 중심으로 서술된 한국교회사를 감리교 관점과 근현대사 관점에서 바라본다. 1884년 로버트 S 매클레이 선교사의 내한과 고종의 선교 윤허를 감리교회의 시작으로 서술한다. 강 목사는 책에서 “선교사가 들어오기도 전에 나라 밖에서 성경이 번역됐고, 목숨을 걸고 성경을 들여와 보급했고, 바로 신자가 생기고 세례를 받으러 줄을 섰고, 스스로 교회까지 세웠다”면서 “한국 기독교는 처음부터 신비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한다.

강흥복(가운데) 목사가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국감리교회사 출간 간담회에서 일어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책의 2부 시작도 감리교와 장로교 인사들의 기도문과 발언들이다.

“믿음으로 구원을 받았으면 그 확증은 행함으로 나타나야 하고 그 열매는 사랑으로 드러나야 한다.”(존 웨슬리 목사)

“불의의 일본을 이 땅에서 물리쳐 주소서. 이 민족에게 불의에 굴하지 않는 힘을 주소서.”(남궁억 선생)

“세상이 병들었으므로 의사 되시는 예수를 갈망하는 것이요, 시대가 컴컴하고 어두워서 예수가 오시어 광명한 세계를 만들어야 하오.”(길선주 목사)

“현대의 교인은 ‘괴이한 예수’를 요구하매 현대 목사는 괴이한 예수를 전한다. 참 예수를 저희들이 죽여 버리고 말았구나.”(이용도 목사)

간담회에는 김진호 전 기감 감독회장, 송용필 카이캄 대표회장, 이용호 전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박종화 전 국민문화재단 이사장 등 원로들이 참석해 인사말을 전했다. 김외식 전 감신대 총장이 한국감리교회사 관점에서, 조광 전 국사편찬위원장이 한국사 관점에서, 박명수 서울신대 명예교수가 한국교회사 관점에서, 장성배 감신대 선교학 교수가 성장선교사 관점에서 각각 책을 논평했다.

책은 매클레이의 내한 시점인 1884년부터 1930년까지 한국감리교회사를 다루고 있다. 1930년은 미국 북감리회와 남감리회가 통합해 기독교조선감리회를 출범시킨 해다. 최이우 종교교회 원로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수백개 교단으로 분열된 장로교와 달리 한국감리교회는 2개의 감리교회가 들어와 하나로 합쳐졌다”면서 “오늘날까지 분열되지 않고 하나의 감리교회를 이루고 있는 것에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저자인 강흥복 목사는 감사 인사를 전하며 “교회 성장과 복음 통일의 목적으로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1930년 이후의 한국감리교회사 역시 탈고를 앞두고 있으며 624쪽 분량의 1권 보다 조금 더 두꺼워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책에는 ‘고마움의 말씀’에 앞서 ‘오직 성령으로(Sola Holy Spirit)’ 문구와 함께 강 목사가 평생 담아온 네 가지 문장이 인쇄돼 있다.

“역사는 오늘을 변화시키는 힘이요. 내일을 창조하는 동력이다.”

“한국감리교의 역사는 정신적 꼭지점으로 바디매오 현상이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다.”

“기독교는 기도교로 깊은 회개를 통해 강력한 성령의 역사가 드러난다.”

“개인 구원(믿음)이 뿌리와 씨라면 사회 구원(행동)은 그 열매다.”(강흥복 목사)


글·사진=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