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4일(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해 최소 4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쳤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총격 사건에 이어 고교에서 다시 총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총기 규제 문제가 대선 쟁점으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CNN에 따르면 이날 오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45마일(70㎞) 떨어진 소도시 와인더의 아팔라치고등학교에서 이 학교 학생인 콜트 그레이(14)가 총기를 발사해 교사 2명, 학생 2명이 사망했다. 용의자 그레이는 경찰과 대치했지만, 곧바로 항복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수사 당국은 용의자를 살인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의자와 총격 희생자 사이의 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총격 사건은 조지아주 역사상 가장 치명적 사건”이라며 “1970년초부터 2022년 6월까지 조지아주의 초·중·고교에서 약 70건의 총격 사건이 발생했지만, 아팔라치고등학교에서 4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만큼 치명적인 사건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그레이는 이날 학교에 등교한 뒤 9시 45분쯤 교실을 떠났다가 총을 들고 교실 입구로 돌아왔다. 손에 총을 든 모습을 보고 학생들이 교실 문을 열어주지 않자, 다른 반으로 이동해 총격을 시작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총격이 발생하자 학생들은 긴급히 대피했고, 현지 경찰과 연방수사국(FBI) 요원 등은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첫 총격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충돌했다.
총격 사건 직전 협박 전화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아팔라치고교는 아침 일찍 5개 학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할 것이며 아팔라치고가 첫 번째가 될 것이라는 전화 협박을 받았다”며 수사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총기 폭력이 우리 지역사회를 어떻게 계속해서 분열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끔찍한 사건”이라며 “우리는 총격 사건을 더 이상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십 년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공화당 의원들도 이제는 민주당과 협력해 상식적인 총기 안전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뉴햄프셔주 유세에서 “미국에서 매일 부모들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면서 자녀가 집에 살아 돌아올지 걱정해야 한다는 게 정말 터무니없다”며 “총기 폭력이라는 전염병을 영원히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헌법 2조(총기를 소유할 권리)를 지지하지만 우리가 합리적인 총기 안전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소셜미디어에 “우리의 마음은 조지아주 와인더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의 피해자와 이로 영향받은 사람들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한다”며 “역겹고 미친 괴물이 우리에게서 소중한 아이들을 너무 일찍 앗아갔다”고 밝혔다.
CNN 집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 학교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만 최소 45건이다. 초·중·고에서 32건, 대학에서 13건의 총격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보고됐다. 지난해에는 82건의 학교 총격 사건이 발생해 2008년 이후 최다 총격 사건을 기록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