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 손자가 안고 뛰었지만…90대 할머니 끝내 사망

입력 2024-09-05 04:26 수정 2024-09-05 04:29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3층짜리 상가 건물에서 4일 오전 발생한 화재의 잔불을 정리하는 소방대원.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경기도 수원시의 한 건물 3층 가정집에서 불이나 30대 손자가 90대 할머니를 안고 밖으로 뛰어내려 대피했으나, 치료받던 할머니가 끝내 목숨을 잃었다.

경기도 화성서부경찰서와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30분쯤 수원시 권선구 3층짜리 상가 건물 3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층에 거주하고 있던 30대 손자 B씨는 90대 할머니 A씨를 안고 안방 창문을 통해 건물에 붙은 2층 높이의 패널 지붕 위로 뛰어내렸다.

지붕 위로 떨어진 할머니는 의식 저하 상태로 구조됐으며, B씨는 상반신에 2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두 사람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고령의 A씨는 이날 정오쯤 결국 숨졌다.

구조 과정에서 할머니가 한 번 더 땅에 떨어지는 사고도 있었다. 소방대원들이 할머니를 들것에 옮긴 뒤 2층 높이의 패널 지붕에서 사다리를 놓고 내리려는 과정에서 할머니의 몸을 들것에 고정하지 않아 중심을 잃고 땅으로 떨어진 것이다.

구조대의 들것에 실린 할머니가 패널 지붕에서 내려지던 도중 땅으로 떨어진 상황. JTBC 보도화면 캡처

불은 3층 집 내부에서 발생했다. 화재 사실을 인지한 B씨는 할머니와 함께 현관으로 탈출하려 했으나, 연기 등으로 대피가 어려워지자 창문을 통해 아래로 뛰어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패널 지붕 위로 떨어진 B씨는 우선 할머니를 지붕 위에 남겨두고 홀로 지상으로 내려와 119 신고를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웃 주민들에 의하면 최근까지 직장을 다녔던 B씨는 할머니가 고령으로 인해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거동이 힘들어지자 할머니를 보살피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났을 당시에도 B씨는 할머니와 같은 방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현재 서울 영등포의 한 화상 전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경찰과 소방은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구조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