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대한민국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당신이 “틀렸다”

입력 2024-09-04 13:54 수정 2024-09-04 14:35
대한민국임시정부가 1920년 4월 22일 발행한 미국 유학생 김정극의 여권 모습. 임시정부는 여권 뒷면에 영어와 프랑스어, 러시아어를 병기해 세계 각국에서 여권이 통용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치만 장로회신대 교수 제공

지도자들의 왜곡된 역사 인식으로 때아닌 ‘역사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장관 후보자 청문회 때 “일제강점기 때 선조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한 발언이 불을 키웠습니다.

선조들 국적이 일본이라니
이치만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일제강점 기간 우리 선조들은 일본인이라는 의식이 없었고 그런 대우도 받지 못했다”면서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올림픽 메달 수상식에서 일장기를 굳이 가린 이유가 결국 일본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를 하면서 재일한국인을 ‘특별영주권자’로 규정했는데 식민지 내내 일본인이었다면 이처럼 새로운 자격을 부여할 이유가 뭐냐”면서 “여전히 재일한국인 중에는 무국적자들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선조들이 일본인이 된 일이 없다는 가장 명백한 증거”라고 지적했습니다.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한 이후엔 명백히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을 가졌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는 몇 해 전 공개된 이승만 대통령의 서신을 언급했습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 자격으로 일왕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이승만 대통령 “1919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 서신은 2016년 이종찬 광복회 회장이 공개했습니다. 영문 서신에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the Republic of Korea)의 이름으로, 그리고 그 권한에 따라 나는 일본에 요구한다. 모든 무장세력과 군대, 통상적인 외교사절과 자문관들을 제외한 모든 일본 관리들과 시민을 한국에서 철수시켜라. 대한민국이 독자적이고 독립적인 주권국가(distinct, independant, sovereign State)임을 공식 인정하기를 바라며 이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조약상의 약속들은 무효로 간주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이 편지는 ‘1948년 8월 15일 건국절’을 무력화하는 증거입니다.

임시정부는 여권도 발급했습니다. 이 여권을 가지고 여러 나라에 입국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독립운동가 김정극(1897~1970) 지사가 1920년 4월 22일 발급받은 여권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14번째 여권이었습니다. ‘패스포트’라는 영문 표기를 한 이 여권은 ‘대한민국 외무총장 대리 차장 정인과’ 명의로 발행됐는데 현재 실물이 남아 있는 유일한 임시정부 여권입니다.

25세이던 김 지사는 미국 유학을 위해 여권을 발급받았으며 임시정부는 여권 뒷면에 영어와 프랑스어, 러시아를 함께 적어 해외 각지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이런 선명한 역사가 ‘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왜곡되는 이유는 뭘까요.

서정민 일본 메이지가쿠인대학 교수는 “이미 검증된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려면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1919년 임시정부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한 헌법부터 고치라”면서 “그러지 않고 왜곡만 일삼는다면 그들이 바로 ‘반국가세력’이다. 이 같은 역사 부정, 헌법 부정행위가 우려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뉴라이트 역사관이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확대 재생산되는 현실은 경계해야 한다”면서 “이런 잘못된 역사관이 강단에서 선포되고 교인들은 무분별하게 퍼 나르는데 멈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 교수의 마지막 당부에 귀 기울여 봅니다.

“한국 기독교는 일제강점기 민족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앞장섰고 그 결실로 3·1 만세운동도 이끌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십자가 도상’ 위에 섰던 민족 기독교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의도적인 역사 왜곡으로부터 멀어져야 합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