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석유 수요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빅오일’은 오히려 투자 확대

입력 2024-09-04 13:48 수정 2024-09-04 13:55

2050년 넷제로(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메이저 석유 기업들은 정반대 행보를 걷고 있다. 석유 채굴을 지속하는 것은 물론 신규 탐사를 위한 투자까지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석유 수요가 지속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모습이다.

4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 수요가 2030년 정점에 이른 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각국이 발표한 탄소 배출 저감 정책이 실현될 경우 일일 석유 수요는 2050년 절반 이상 감소한 5480만 배럴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게 IEA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세계 10대 석유 기업 중 하나인 미국의 엑손모빌은 지난달 27일 보고서를 내고 2050년 석유 수요가 하루 1억 배럴을 넘으며 현재와 비슷하거나 더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류의 전체 에너지 사용량이 2050년까지 15% 늘고, 특히 산업 분야에서의 수요 증가가 전기차 전환으로 인한 휘발유 수요 감소를 메꾼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유전 투자가 중단될 경우 일일 석유 생산량이 현재 1억 배럴 수준에서 2030년 3000만 배럴 수준으로 자연 감소할 것이라며 석유 개발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화석 연료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견고할 것이라는 판단은 유전에 대한 신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노르웨이 국영 석유회사인 에퀴노르는 오는 2035년까지 노르웨이 해상 석유 및 천연가스 개발에 매년 최대 700억 노르웨이 크로네(약 8조8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에퀴노르는 해상 풍력 발전과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선도하는 기업이지만, 하루 생산능력이 400만 배럴에 달하는 노르웨이의 해상 유전 설비 노후화에 대응해 투자에 나섰다. 안데르스 오페달 에퀴노르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노르웨이 원유에 대한 장기적 수요 곡선을 바탕으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국가 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노르웨이 해상 석유 및 가스 투자액은 올해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에퀴노르는 향후 10년 동안 매년 노르웨이의 탐사 유정을 20~30개씩 뚫을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26개)와 비슷한 수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발전 연료로서 석유의 역할이 줄어들더라도 풍력 발전기의 날개에서부터 생활의 도구를 만드는 데까지 들어가는 전체 석유의 수요는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