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025년 이후 출시하는 모든 아이폰에 OLED 패널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도 니혼게이자이 보도를 인용했다.
애플은 기존에 LCD를 사용하던 저가형 모델 ‘아이폰 SE’의 패널도 OLED로 전환할 예정이다. 당장 내년 모델부터 적용된다. 일반 아이폰과 상위 ‘프로’ 모델에는 이미 OLED 패널을 사용 중이다.
일본에서 스마트폰용 LCD를 생산하는 기업은 일본디스플레이(JDI)와 샤프뿐이다. 이들 기업은 한때 아이폰용 LCD 패널 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이제는 공급망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
“애플, LG디스플레이에 주문 넣었다”
신문은 여러 부품 회사를 인용해 애플이 중국 비오이(BOE)와 한국 LG디스플레이에 차기 아이폰 SE용 OLED 패널을 주문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현재 아이폰용 OLED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약 50%, LG디스플레이와 BOE가 각각 30%, 20% 정도를 공급한다.
JDI와 샤프는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을 대량으로 생산하지 않는다. 아이폰용 LCD 패널 공급은 구형 모델 판매 종료와 함께 사실상 사라질 전망이다.
OLED는 스스로 발광하는 적녹청의 유기 화합물을 사용해 영상을 표시하는 패널이다. 뒤에서 빛을 쏴주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 LCD 패널에 비해 명암비가 뛰어나고 선명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 영화, 스포츠, 게임 등을 스마트폰에서 즐기는 수요가 늘면서 OLED가 LCD를 대체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해설했다.
애플은 2017년 출시한 아이폰 X에 처음으로 OLED 패널을 채택했다. 이때부터 상위 모델 패널을 LCD에서 OLED로 전환해왔다.
아이패드도 OLED 적용 모델 늘릴 수도
JDI와 샤프는 2015년 무렵 연간 2억장에 가까운 아이폰용 LCD 패널을 공급했다. 이 규모는 지난해 10분의 1인 2000만장 수준으로 줄었다.영국 시장조사회사 옴디아는 올해 스마트폰용 패널 출하량에서 OLED가 처음으로 LCD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태블릿인 아이패드도 고성능 모델에 OLED 패널을 적용한 만큼 애플의 LCD 수요는 계속 축소될 전망이다.
아이폰 출시 초기 일본 기업들은 애플의 주요 고객이었다. 이들은 아이폰 판매 확대와 함께 생산 설비를 확장했다. JDI는 한때 매출의 60%를 애플에 의존할 정도였다.
아이폰이 대대적으로 OLED 패널로 전환하면서 JDI는 설비 과잉 상태에 빠졌다. 2019년에는 경영 위기까지 겪었다. 이 회사는 올해 3월 말까지 10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JDI는 주력 사업이던 스마트폰용 LCD 패널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저전력 OLED 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은 애플워치 같은 소형 패널 공급에 그친다. JDI는 차량용 LCD 패널을 중심으로 사업 재건을 도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장악했던 日 LCD, 생산 중단까지
샤프는 TV용 대형 LCD 패널을 생산하는 사카이 공장을 지난달 중단했다. 스마트폰용 패널을 생산하는 가메야마 공장도 생산 능력을 30% 낮췄다. 샤프는 LCD 사업을 축소하고 가전제품과 복합기 등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중이다.LCD 기술은 1970년대 샤프가 전자계산기에 채택하면서 실용화 시대를 열었다. 이후 휴대전화, PC, TV 등으로 사용이 확대됐다. 90년대 후반까지 일본 기업이 전 세계 LCD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했다.
2000년대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한국과 대만 기업이 생산설비를 확장하면서 일본 기업은 대규모 투자 경쟁에서 밀려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히타치 제작소와 도시바, 소니가 중소형 LCD 패널 부문을 통합해 JDI를 설립했다. 중소형 패널에 화력을 집중한 것이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중국 기업이 정부 자금을 받아 생산 능력을 강화하면서 일본 기업은 수익 확보가 더 어려워졌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