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전하는 택시’…오늘도 영혼 구원을 위해 달린다

입력 2024-09-03 16:20 수정 2024-09-03 16:22
김제복 장로가 지난 2일 서울 중랑구에서 택시를 운전하고 있다.

“어느덧 8월이 끝나가는데 잘 보내셨나요? 9월도 행복하세요.”

은퇴 후 올해로 5년째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김제복(68) 상현교회 시무장로가 승객이 탑승했을 때 부드러운 말씨로 건네는 인사말이다. 김 장로가 운행하는 택시엔 여타 택시와는 다른 점이 두 가지 있다. 바로 김 장로가 항상 틀어놓는 기독교 라디오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찬송가와 김 장로가 승객에게 따뜻한 인사말과 함께 전하고 있는 복음이다.

주6일을 근무하며 하루 평균 20여명 손님을 만나고 있는 김 장로는 “손님과 잡담을 나누다 손님이 마음의 경계를 허물고 편안해 하실 때면 꼭 ‘예수님을 믿으시냐’는 질문을 하고 짧게나마 복음을 전하고 있다”며 “택시의 특성 상 운행 시간이 대체적으로 짧은데다 전도의 결과를 알기도 어렵지만, 이렇게 계속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일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터 사역자로 전도에 힘쓰고 있는 김 장로를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랑구 한 택시 회사에서 만나 동행 취재했다.

김 장로가 택시 전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5년 전 택시 운전을 시작한 지 불과 일주일만의 일이었다. 김 장로는 “택시 메뉴얼도 제대로 모르던 시절 나의 목표는 ‘내가 모신 손님이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택시에서 내릴 수 있도록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었다”며 “그렇게 하면 내 택시에 탑승한 승객도 내려서 만나는 이들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고, 결과적으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그러던 중 문득 ‘너 언제 전도를 제대로 해봤느냐’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그 순간 이후로 최우선 가치였던 친절을 차순위로 미루고 하나님 앞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전도를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김 장로의 전도는 오로지 ‘씨를 뿌리는 사역’인만큼 그 열매와 결실을 알기 어렵지만, 부드러운 말씨로 전도하기에 안 믿는 이들도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오래도록 인상깊게 남아있는 손님도 있다. 김 장로는 “한번은 아기를 품에 안고 탑승한 아이 엄마가 있었는데, 나와 짧게나마 대화를 나눈 후 택시에서 내리며 ‘지금 바로 집 인근에 다닐 수 있는 교회를 알아보겠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면서 “그 순간이 너무나 기쁘고 감사해 아직까지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사회 기독교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치는만큼 택시 전도 사역이 항상 쉽지만은 않다. 복음을 전했을 때 화를 내거나 협박을 하는 손님도 있는가하면 택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별점 테러’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이다.

김 장로는 “현재 택시 앱의 점수는 5점 만점 중 4.5~4.6점이 나온다”며 “처음 안 좋은 점수를 받았을 때는 ‘전도를 하지 않으면 더 높은 점수를 유지할 수 있을텐데’하고 시험에 들기도 했다. 그러나 점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기에 복음을 전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예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어 “택시를 통해 복음을 전하고 있다보니 짧은 시간이나마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손님에게 더욱 친절히 인사를 건네고 더욱 친절하게 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복음을 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울하고 화난 마음으로 택시를 타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회복하고 웃는 얼굴로 내릴 수 있는 ‘힐링이 되는 택시’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김제복 장로가 지난 2일 서울 중랑구 한 택시 회사에서 운행을 시작하기 전 기도를 마친 후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글·사진=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