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학대로 딸 죽었는데…母 “가해자 감사, 처벌 불원”

입력 2024-09-03 08:01 수정 2024-09-03 10:22
인천 지역 교회에서 밥을 먹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여고생을 학대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50대 신도. 뉴시스

교회에서 여고생을 학대해 숨지게 한 신도와 합창단장 등이 기소된 가운데 피해자의 어머니가 법정에서 가해자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장우영)는 2일 아동학대살해와 중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신도 A씨(54·여), 합창단장 B씨(52·여), 또 다른 40대 여성 신도의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는 A씨 등의 학대로 숨진 피해 여고생 C양(17)의 어머니(52)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C양 모친은 “(B씨 등이) 제가 돌보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가까이서 돌봐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A씨 등의 변호인이 ‘수사 단계부터 A씨 등 3명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고 지금도 그런 입장인 게 맞느냐’고 묻자 그는 “네”라고 답했다.

해당 교회 신도인 C양 어머니는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로 정신과 치료를 해야 할 딸을 병원이 아닌 교회에 보내 유기하고 방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C양 모친은 “딸이 발작해서 119를 불러 병원 응급실에 다녀온 뒤 입원할 병원을 알아보러 다녔으나 ‘미성년자라서 안 받는다’거나 ‘바로 입원이 안 된다’고 해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인천 지역 교회에서 밥을 먹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여고생을 학대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50대 신도. 뉴시스

그는 또 “정신병원에서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성폭행 당할 수 있다는 말도 교회 신도로부터 들었다”며 “딸은 둔 엄마로서 정신병원에 보내는 게 그런 상황이 오면 가슴이 아플 거 같았다”고 말했다. 딸을 교회로 보내는 과정에서 이 교회 설립자의 딸이기도 한 B씨의 지시나 직접적인 권유는 없었다고도 했다.

C양 모친은 검찰 조사에서는 “B씨에게 아이를 보호할 곳이 없다고 하니 (B씨가) 딸을 데리고 도움을 주겠다고 해 너무 감사했다”고 진술했으나 이날 법정에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번복하기도 했다.

검찰은 C양 모친이 앞서 B씨에게 보낸 ‘두 딸을 하나님께 맡기는 마음으로 다시 보내게 돼서 감사드린다’는 문자메시지를 제시했으나 그는 “B씨에게 (딸을) 보냈다는 게 아니라 하나님에게 맡긴다는 마음이 컸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이 ‘B씨가 맡아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낸 문자메시지가 아니냐’고 재차 질문하자 C양 모친은 답변을 거부했다.

4일 오전 열리는 4차 공판에서는 A씨 등을 상대로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A씨 등 3명은 지난 2월부터 5월 15일까지 인천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여고생 C양을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C양은 지난 5월 15일 오후 8시쯤 교회에서 밥을 먹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4시간 뒤 숨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