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中반도체’…‘2조8000억 가치’ 유니콘도 폐업 위기

입력 2024-09-02 18:45 수정 2024-09-02 18:50
중국의 반도체 스타트업 샹디샨이 개발한 GPU 톈쥔. 샹디샨 홈페이지

‘중국의 엔비디아’로 불리던 GPU(그래픽처리장치) 제조사 샹디샨이 극심한 자금난으로 폐업위기에 놓였다. 직원 400여명에 대한 구조조정은 시작됐다.

2일 중국 증권시보에 따르면 샹디샨은 전날 공지를 내고 “GPU 개발이 기대를 완전히 충족하지 못하고 시장의 조정압력에 직면해 있지만, 해산이나 청산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면서 “조직구조와 인력을 최적화하고 있으며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연구개발인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샹디샨은 최근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폐업설이 제기됐다. 중국 TMT포스트 등은 샹디샨이 지난달 30일 전직원 회의를 열어 회사의 해산과 전 직원 고용계약 해지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샹디샨이 5억 위안(941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투자자들과 약정한 것을 지키지 못해 소송을 당했는데 이 때문에 회사의 계좌가 동결되고 추가 자금 유입도 불가능해진 점이 이유로 꼽혔다.

샹디샨은 폐업설을 부인하고 나섰지만, 외부 투자 유치 없이는 생존이 어려울 정도로 자금난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9월 충칭에서 설립된 샹디샨은 설립 초기에 25억 위안(약 47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고 150억 위안(2조8200억원)의 가치를 평가받은 유니콘(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은 스타트업)이다.

설립자인 탕즈민 회장은 중국과학원 컴퓨터공학박사 출신으로 중앙처리장치(CPU) 개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중국 대표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룽신중커와 하이광신시 등에서 경력을 쌓은 반도체 전문가다. 샹디샨은 베이징, 상하이, 충칭, 청두, 쑤저우 등지에 연구개발 센터를 운영하면서 GPU를 중심으로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를 개발해왔다.

현지 언론은 샹디샨이 300명 이상의 연구개발 인력을 투입해 독자 설계한 12나노 고성능 GPU인 ‘톈쥔1’과 ‘톈쥔2’ 개발에 성공했지만, 대량생산을 통한 상용화에는 이르지 못해 어려움에 처했다고 전했다. 중국 내에선 기술력과 첨단장비의 부족으로 고성능 반도체의 위탁생산(파운드리)이 불가능하고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는 미국의 수출 규제 때문에 중국 반도체를 위탁생산할 수 없다.

미국 등 서방이 중국 반도체산업에 대한 집중 견제에 나서면서 한때 고공비행을 하던 중국 반도체회사들은 잇따라 추락하고 있다. 베이징 쭤장과기는 지난 7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로부터 금융사기 혐의로 조사받은 뒤 선전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다. 2019년 100억 위안(1조8800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된 상하이의 반도체 스타트업 우성은 파산한 뒤 지난 6월 청산됐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