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다음세대와 소통 회복해 새로운 시대적 소명 감당할 것”

입력 2024-09-02 17:22
김종생(오른쪽 두 번째) NCCK 총무와 강석진(오른쪽 첫 번째) 기독교사회봉사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이정민(왼쪽 첫 번째) 핼러윈 참사 유가족 대표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젊은이들과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세요.” “교회에 가 닿는 NCCK가 되기를.” “연약한 사람들의 위로와 격려가 됩시다.”

지난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종생 목사)가 개최한 ‘에큐메니컬 송년의 밤’ 참석자들이 ‘100주년을 맞은 NCCK에 바라는 점’을 적었다. 열심히 달려 열매를 맺은 지난 한 세기를 뒤로하고 침체한 에큐메니컬 운동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정미현 연세대 교수(WCC 교육위원장)는 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지난 6월 세계교회협의회(WCC) 교육위원회에 모인 전 세계 에큐메니컬 지도자 대다수가 환경이 여의치 않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한국교회가 제일 심했다”며 “이념 대립과 진영 논쟁이 심한 한국에서 에큐메니컬은 저변 확대에 실패했고 소수 엘리트의 탁상공론이라는 이미지를 얻은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 교수는 “2013년 부산에서 열린 WCC 10차 총회 전후로는 반대 시위까지 열리는 등 에큐메니컬에 대한 한국교회의 오해가 크다”면서 “대중들의 공감을 받기 위한 노력과 진보와 보수가 서로 다가가려는 시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제안했다.

NCCK의 에큐메니컬 활동 축소는 동성애 논쟁과도 연관이 있다. 회원 교단인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이철 목사)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김의식 목사) 총회 등은 NCCK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고 동성애를 옹호한다며 탈퇴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NCCK는 “총회나 실행위원회 차원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그 어떤 성명을 낸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반대 목소리는 지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NCCK 활동이 일부 대형교단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비판도 받았다. 내부에서는 NCCK 정체성과 점차 보수화된 한국교회 사이 커진 괴리감을 메우기 위한 소통을 가장 큰 과제로 꼽고 있다.

강은숙 목사(NCCK 실행위원)가 지난 2월 경기도 파주 라이브러리스테이 지지향에서 열린 NCCK 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NCCK 제공


NCCK는 에큐메니컬 교육을 통해 다음세대를 끌어들일 방안도 모색 중이다. NCCK가 하는 정의 구현과 약자 보호, 기후 위기 극복 등의 운동이 MZ세대들의 정서와 맞아 떨어짐에도 청년 활동가들이 NCCK를 외면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극복할 필요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수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총무는 “NCCK가 청년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 에큐메니컬 정신이 확대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며 “또 회원 교단 파송을 받아야 위원회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는 구조적 특성상 청년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 총무는 “NCCK가 청년들의 공감대와 관심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의제와 이슈를 개진하며 다양한 스펙트럼을 포용하는 정신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NCCK가 주최한 한반도 평화통일 남북공동기도주일 예배 참석자들이 지난달 서울 마포구 공덕감리교회에서 '한반도에 평화를'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NCCK 제공


NCCK는 한국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잃고 선교 동력이 상실된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시대적 소명을 위한 연대를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김종생 총무는 “지난 100년간 NCCK는 민족적 과제를 놓고 기도하며 한국교회와 사회 사이 가교역할을 해왔다”며 “분단의 산물인 분열과 이념 갈등, 사회 양극화, 비혼과 저출산 문제뿐 아니라 지구촌 전체가 함께 맞닥뜨린 기후위기와 재앙을 함께 극복하며 한국교회가 다시 인정과 신뢰를 받도록 개혁하는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